중앙지 현금 주며 독자 늘리기 ‘눈총’ 길거리서 3만원 돈봉투 “신문 구독해 달라” 경품·사은품까지 제공 구독 요청 신문들도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2013년 02월 20일(수) 00:00

#대학생 고모(25·여)씨는 얼마전 친구와 길을 걷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다짜고짜 초록색 봉투를 건넸기 때문이다. 고씨는 전단지나 길거리 광고이겠거니 하고 봉투를 받아 들고 가려고 했지만 남성이 계속 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그 남성은 고씨에게 “○○신문(중앙지)에서 나왔는데 신문 좀 구독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고씨는 그때서야 봉투를 열어봤고 그 안에는 1만원권 3장이 들어있었다. 고씨는 곧바로 “이것은 불법 아닌가요?”라고 물었지만 그 남성은 “그래도 한 번만 봐 달라. 8월부터 보면 된다”고 재촉했다. 고씨는 한사코 “싫다”며 남성이 건네는 봉투를 뿌리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남성은 여러 장의 똑같은 봉투를 손에 들고 다른 사람에게 접근했다.

한때 ‘자전거 신문’이라는 비아냥이 나돌만큼 성행하던 일부 신문사들의 독자 불법 판촉행위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품·사은품은 물론이고 현금까지 줘가면서 독자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19일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행인들에게 현금을 주며 독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 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의 유행 및 기준고시(이하 신문고시)’에 위배된다. 또한 이 ‘신문고시’에 위배될 시에는 경우에 따라 경고 또는 시정명령, 과징금 징수 등을 물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 불법 판촉행위가 다시금 고개를 드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뉴스 등의 발달로 인해 독자들의 이탈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신문사 지국의 관계자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아직도 경품이나 사은품 등을 나눠주며 독자 모집을 하는 지국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런 불법 판촉행위가 신문 구독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북구 두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37)씨는 “길거리를 지나다가 한 남성이 현금 등을 주며 신문을 보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 “그 남성이 ‘돈이 싫으면 다른 사은품을 드리겠다’고 하길래 ‘됐다’고 말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까지 줘가면서 보라는 신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독자가 보고 싶은 신문을 만드는게 더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10건 미만의 신고 사례가 있었는데 만약 불법 판촉행위를 경험 했을시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조사에 나서서 그에 맞는 처벌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에 비춰 볼 때 과도한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부당하게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