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전증 아내에게 신장 떼 줄 수 있어 행복” 김진환 광주지법 판사 이식 수술…훈훈한 부부애 ‘눈길’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3년 02월 22일(금) 00:00

“자기 자신보다 내 몸을 먼저 챙겨주는 아내가 아픈 게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큰 짐을 덜어서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신부전증을 앓는 아내에게 신장이식을 해준 판사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광주지법 민사 25단독 김진환(42) 판사.

김 판사는 지난 18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대학 시절 만나 결혼한 동갑내기 아내가 13년 전 딸을 낳는 과정에서 임신중독증으로 건강이 악화돼 2년 전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동안에는 투석 치료를 했지만 1주일에 3번 투석하는 아내를 보다 못한 김 판사는 아내와 상의해 신장을 이식하기로 했다.

먼저 피를 나눈 아내의 가족을 대상으로 공여자를 찾았지만 유일하게 적합 판정을 받은 아내의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기증이 어려웠다.

김 판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검사를 받아 적합 판정을 받고 망설임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 신장이식의 경우 부모나 형제·자매가 아니면 들어맞을 확률이 매우 낮지만 이들 부부는 혈액형도, 신장도 통했다.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던 것이다.

주변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만남부터 특별했다고 한다. 김 판사가 대학 1학년 때 잠시 고향 광주에 내려와 지내는 동안 길거리에서 아내를 만났다. 당시 아내는 김 판사에게 한눈에 반해 먼저 ‘대시’를 했고 두 사람은 김 판사가 대학을 마치기도 전에 결혼에 성공했다.

아내의 내조 덕분이었는지 졸업한 이듬해인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특히 김 판사 아내의 남편 사랑은 광주지법 내에서도 유명하다.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아내가 끼니때마다 밥을 새로 짓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들은 그를 ‘황제판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정성은 투병 중에도 남편을 차로 출퇴근시킬 정도였다. 남편인 김 판사 역시 그런 아내를 위해 일과 후에도 일이 남아 있으면 재판 기록을 싸 들고 가 아내 곁을 지키며 일을 마무리했다.

김 판사는 광주 문성고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광주지법과 광주지법 목포지원 등에서 활동했다./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