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없는 공연, 장르 허물고 관객 참여 이끌다 장소 특정적 공연 ‘광천시민아파트로 가.나.다’ 거리극, 옥상음악회, 변사극 등 다채로운 공연 과거-현재-미래 잇는 작업 ‘색다른 경험’ 선사 시민들과 호흡…6일간 열린 창작레지던시 성료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3년 02월 25일(월) 00:00

광주 서구 광천시민아파트에서 열린 장소이동형 공연 ‘광천시민아파트로 가.나.다’모습. 옥상음악회과 추억의 변사극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분명 공연은 맞는데 무대가 따로 없다. 옥상에선 흥겨운 퓨전국악 연주가 흐르고, 널따란 난간 위에서는 할아버지로 분장한 배우 두 명이 등장해 연극을 펼친다. 마당에서는 추억의 변사극 ‘이수일과 심순애’가 열린다. 건물 곳곳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이 됐다. 이 모든 공연의 무대는 바로 ‘아파트’. 아시아예술극장 창작 레지던시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에서는 23일 새로운 개념의 장소특정적 공연 ‘광천시민아파트로 가.나.다’가 열렸다.

지난 23일 오후 2시 30분 광주 서구 광천동 성당.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엔 당초 관람신청을 받은 시민들과 마을 주민 등 100여명이 모였다.

2시 40분 시작한 첫 프로그램은 1980년대 들불야학을 배경으로 한 아이들의 연극. 숨바꼭질을 하던 아이들은 들불야학에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했다며 광천시민아파트로 발길을 옮겼다.

이 아파트 텃밭에서는 시민아파트가 지어질 때부터 살았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공연됐다.

연극에 이어 옥상에선 작은 음악회도 열렸다. 음악회가 열린 옥상 뒤편으로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보였다.

관객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였다. 관객들은 서거나, 길 위에 앉거나, 편한 공안에 자리 잡고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공연은 나이 지긋한 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층에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했다.

임인자 예술 감독은 “광주의 근대 역사와 함께 서 있었던 광천시민아파트를 무대로, 그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민아파트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작업을 통해 말하고자 했다”며 “광천시민아파트는 한국사에서 근대를 거쳐 오는 동안 ‘아파트’로 표상되는 공간과는 결이 다른 공간이다. 광천시민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는 세상에 읽혀지지 않았던 작은 이야기들을 엮어 주민들 그리고 관객들을 위한 잔치를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주 창작 레지던시 ‘광천시민아파트로 가.나.다.’는 광천시민아파트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시작됐다. 광천시민아파트는 1969년 지어진 광주시의 최초의 아파트. 아파트라는 현재의 자본주의적 구조물과는 달리 공동의 삶을 가지고 있는 시민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찾게 된 각 주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간의 시간을 찾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이 작품은 7인의 예술가들이 본 광천시민아파트라는 공간을 각각의 시선과 시간 그리고 공동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이당금, 김미영, 김종필, 이가원, 이현기, 양태훈, 최성욱씨 등 7명이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한편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광주 곳곳을 무대로 열린 아시아예술극장 창작 레지던시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는 지역 창작레지던시 시민참여프로그램, 장소특정적 공연 학술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시민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