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사람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 엿보길” 시립미술관 원로작가초대전…‘강봉규-나무와 사람’展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3년 02월 27일(수) 00:00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013 원로작가 초대전을 여는 사진작가 강봉규(79)씨가 26일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강 씨는 이번 전사에서 ‘나무는 사람이다’, ‘멈추지 않는 시간’이라는 소주제로 나눠 나무 사진과 잊혀진 한국인의 모습을 담은 1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연합뉴스

한국 사진계 1세대로 꼽히는 강봉규 작가. 1935년생, 올해 나이 79세인 그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쉴 틈 없이 남도 곳곳을 누비며 셔터를 누른다. 나무를 끌어안아 기(氣)를 충전하고, 소식(小食)하며 건강을 관리한다는 그는 고령에도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었다. 26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앞으로는 사진을 대형화 하는, 작은 모습도 크게 확대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남도의 ‘산세’는 다른 곳과 많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어미 산이 아기 산을 포근하게 안고 있는 모습이죠. 얼마나 유연하고 아름답습니까. 인정 많고 감수성이 깊은 전라도 사람들의 성향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강봉규 작가가 27일부터 오는 4월 2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강봉규-나무와사람’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50여년 동안 추적해온 여러 테마 중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진 나무 사진과 잊혀진 한국인의 모습을 선보인다.

‘나무는 사람이다’, ‘멈추지 않는 시간’이라는 소주제로 나눠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가 무엇이지 되묻는다. 그리고 나무를 통해 사라져가는 풍경과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진솔한 리얼리티를 엿본다. ‘나무와 사람’을 통해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고 그들을 위로한다.

강봉규 作 ‘그림자 같은 세월’ -담양읍-1960년

“우리나라 소나무의 자태는 정말 아름답고 웅장합니다. 한국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번 작업을 통해 나무를 사람, 하나의 생명체로 접근했습니다.”

강 작가는 그동안 한국인의 고향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생로병사, 풍습 등을 담아왔다. 90년대부터는 세계 각지를 돌며 지구촌 각지의 다양한 삶의 형태와 사회상을 조명해왔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자연속의 나무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예술세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는 오랜 세월 묵은 흔적이나 사소하고 흔해서 자칫 그 소중함이 잊혀질 뻔한 것들을 통해 급변하는 세상 속 사라져가고 있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는 우리 땅과 그 안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 예리한 통찰력과 현장에서 발로 뛰며 보여 준 인내력의 결과이다.

강봉규 作 ‘하늘을 향해-소나무’ 전북 고창-2011년

“내 삶을 닮은 나무를 찾는 일도 또 그 나무에 얽힌 이야기 가닥을 풀어내는 일도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무를 찾아다니는 일이 그리움이고 나무를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죠. 나에게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 크고 작은 아름다운 나무들, 가슴 저리는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이 땅에 숲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행복입니다.”

강 작가는 1959년부터 1980년까지 광주일보 사진부장과 출판국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2년에는 일본 5개 도시 순회전시를 가졌으며 런던, 스페인 등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