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방위 책임지며 ‘만학의 꿈’ 도와요” 육군 31사단 강진 성전작천 예비군중대 8년째 컴퓨터교육 봉사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3년 02월 28일(목) 00:00

최근 만학(晩學) 열풍이 거센 가운데 배우고 싶어도 가르쳐 줄 사람이 없는 시골에서 지역 노인들을 위해 8년째 교육 봉사에 나선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육군 31사단 예하 강진군 성전면 성전작천 예비군중대. 이 부대는 지난 2006년부터 8년째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1시간씩 성전면 복지회관 내에 있는 컴퓨터실에서 지역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들은 5-7명으로 모두 80세를 넘긴 만학도들이다. 평생을 농사만 짓다가 인생의 황혼에서야 뒤늦게 컴퓨터를 시작했지만 젊은이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시골에서 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줄 사람은 없었다.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애를 태우던 어르신들이 결국 문을 두드린 곳은 복지회관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성전면 예비군중대 사무실. 어르신 중 2명이 6·25참전 국가유공자라 후배 같은 장병들이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때가 지난 2006년 1월이었다.

당시 부임한 지 한 달이 안됐던 용종철(53) 예비군중대장은 어르신들의 열정에 감복한 나머지 임무수행에 제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컴퓨터를 잘 다루는 상근예비역을 주 2회 1시간씩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컴퓨터 선생님으로 나섰던 상근예비역만 여섯명. 컴퓨터 봉사는 선임병이 전역할 때 후임병에게 인계해 주는 중요한 항목의 하나가 됐다.

그 후 지난 7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듯 어르신들은 인터넷 웹서핑은 기본으로 이메일을 사용해 자녀들과 연락하고 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인터넷으로 예매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특히 홍순형(82·강진군 성전면 명산리)옹은 지난 2010년 중국으로 효도관광을 갔을 때 여행사진을 이메일로 자녀들에게 보내 자녀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재미에 푹 빠진 어르신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예비군중대로 전화해 물어보기 일쑤다. 가끔은 급하다면서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해 달라며 찾아오기도 한다.

용종철 예비군중대장은 “예비군중대는 지역주민들 속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과 더불어 오가는 작은 정이 모여 향토수호를 굳건히 하는 밑거름이 된다”면서 “여건이 허락되는 한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