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生墨奴’…무심한 듯 툭툭 봄, ‘먹’을 만나 꽃으로 피다 13일부터 갤러리 GMA ‘봄꽃에 머물다’展 여는 오견규 화백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3년 03월 05일(화) 00:00

오는 1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GMA에서 ‘봄꽃에 머물다‘展을 갖는 오견규 화백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꽃’에 천착하지 않았어요. 꽃은 색만 보여주는 가벼운 주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꽃이라는 게 열흘을 못 가잖아요. 하지만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지는 것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 이 꽃 속에 그동안 제가 진행해온 ‘생성과 소멸’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것을 느꼈죠.”

목운(木雲)오견규(66)화백. 평생 ‘일생묵노’(一生墨奴)를 놓지 않는 그도 봄꽃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외면할 수는 없었나 보다. 오 화백이 원숙한 먹과 함께 화려한 수묵 채색의 기법으로 아름다운 봄꽃들을 펼쳐 보인다.

오는 13일부터 26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GMA기획초대전으로 열리는 ‘봄꽃에 머물다’展에서다. 전시 준비에 한창인 그를 광주 동구 구시청 사거리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오견규 作 ‘고불매’

“그동안 틈틈이 작업 해 둔 작품들을 봄꽃을 주제로 모아봤어요. 초대 출품했던 작품들도 있고 그 차곡차곡 쌓아놓은 작품들 중에 간추려봤죠. 그랬더니 봄은 물론이고 사계가 맞게 이어졌어요.”

그는 이번 전시에서 ‘봄이오는 길’, 고불매, 선운사 동백, 홍매 등 봄꽃을 주제로 한 작품 30여점을 펼쳐 보인다. 빨갛고, 하얗고, 분홍빛 색채의 향연이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과 자연에 둘러 쌓인 사찰의 풍광, 여백과 아름다운 색채가 어우러진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헝클어진 생각마저 가라앉혀 주듯 편안함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게 되면 생성과 소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봄으로 시작을 해서 겨울로 가는 대목은 물론이고 꽃, 사람, 그리고 개도 똑같은 생명을 갖고 있잖아요. 우리 곁 곳곳에 있는 자연속 생성과 소멸을 작품에 반영하게 됐죠.”

오 화백은 한국화의 거목 아산 조방원 화백의 제자다. 그는 스승께서 주신 화두인 ‘일생묵노’(一生墨奴)를 놓지 않고 있다.

“스승님은 사람이 아니면 전달하지 말라고 가르치셨어요. 사람을 만들어 놓고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죠. 특히 함부로 붓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죠. 실제 동양화는 일획일필이기 때문에 함부로 붓을 놀려서는 안 됩니다. 먹을 갈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운을 모아놓으면 허투루 붓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동양화의 정신입니다.”

그에게 앞으로 작업 주제에 대해 물었더니 대뜸, ‘해찰’에 대해 설명했다.

“‘대관해찰’이라는 말이 있어요. 크게 보고 뜯어서 살펴보라는 뜻이죠. 추한 것을 보고 감춰줄 줄도 알고 샅샅이 살펴보고 해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주제가 옮겨 가지 않겠어요. 사물이 형태와 똑같이 그려진다면 그것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뜻을 많이 두는 작품을 하고 천천히 하려고 합니다. 급한 것은 절대 체하거든요.”

오 화백의 작업실 한켠에 줄 없는 거문고가 눈에 띄었다. 바로 어느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본질’을 보겠다는 그의 정신세계가 담긴 것이다.

“본질을 보라는 이야기죠. 소리를 듣지 않고 즐기는 것, 그것이 최고이고 형체를 보면서 즐기는 것은 보지 않고 즐기는 것만 못합니다. 본질을 봐야한다는 것. 그래서 수묵이 빛깔이 없습니다. 그래서 수묵이 바로 깊은 것입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