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출신 재일교포 23억원 장학재단 유증 故 이기학 회장, 현금·주식 등 학봉장학회로 지난해까지 연인원 600여명에 2억여원 전달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3년 03월 12일(화) 00:00

화순 출신의 재일교포로 지난해 타계한 고 학봉(鶴峰) 이기학(李基鶴) 회장의 국내 전 재산이 그가 설립한 학봉장학재단에 유증(遺贈)된다.

학봉장학재단(이사장 이연현)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고 이기학 회장의 유언에 따라 예금자산 5억3천만원과 상장주식 10억6천만원, 본인이 거주했던 서울 방배동 아파트 7억5천만원(시가) 등 모두 23억원을 유증 받고 학봉장학재단 재산으로 편입키로 의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6년 설립된 학봉장학재단의 기금은 33억원으로 증액됐다.

1928년 화순 청풍에서 태어난 고 이기학 회장은 11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명문교인 도치기켄의 사쿠신학원고등학교와 메이지대학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일본 유수의 대기업인 일본생명에 합격했으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사가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그는 일본인으로의 귀화를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취업 대신 사업으로 방향을 돌려 와코물산(和光物産) 주식회사와 와코(和光)테크니카 주식회사를 창업해 굴지의 회사로 키워냈다.

회사 이름인 화광은 화순과 광주의 첫 글자다. 또 외아들 연현씨가 도쿄대학 법대에 합격했으나 한국의 서울대학으로 진학시켜 재일교포 사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장학재단을 설립하기 이전부터 고향인 화순 청풍면사무소나 파출소, 초등학교, 노인당 등에 수십 회에 걸쳐 지원했고 전남지역이 수해의 신음에 잠겼을 때 수재의연금 5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사회적 기부도 수억원에 이른다. 또한 재일거류민단 상임부회장으로서 IMF 당시 광주은행이 경영난을 겪자 3억여원의 예금을 유치했고 광주비엔날레 때마다 재일교포 관람단을 이끌고 고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2007년 자본금 5억원으로 학봉장학재단을 설립, 첫해 118명에게 3천925만원을 수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연인원 600여명에게 2억여원을 전달했다. 장학재단의 자본금은 이후 5억원이 추가로 출연돼 10억원이 되었으며 이번에 23억이 유증됨으로써 33억원으로 증액됐다.

한편, 이 회장이 설립한 국내 회사인 학봉트레이딩은 이번 장학재단 유증에 맞춰 서울대 법과대학 강의실 신축에 기부금을 기탁키로 약정했다. 서울대 법대는 최근 강의동을 신축하면서 희사금액에 따라 기증자의 이름을 새기는 네이밍 사업을 해왔으며 학봉트레이딩이 기증할 강의실은 ‘학봉 강의실’로 명명될 예정이다./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