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사고 피해 심각…평화적으로 원전 없애야”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기 강연차 광주 온 모리즈미 다카시 日 핵 다큐사진작가 30여년간 세계 핵 실험장·피폭자 취재 “평생 현장에서 사진 찍어 진실 전할 것”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3년 03월 13일(수) 00:00

“현장에만 도착하면 어디서 나오는 용기인지는 모르지만 사진기를 들면 겁이 없어집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전 세계 핵 실험장과 피폭자들을 취재하는 사진작가가 있다. 주인공은 일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63)씨.

지난 11일 한명숙 국회의원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가진 그는 12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기를 맞이해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의 주최로 서구 치평동 NGO센터에서 ‘Nuclear Blue 후쿠시마’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20대에 ‘일본민주주의청년동맹’ 기관지인 ‘민청신문’에서 사진기자로 9년간 일하다 1990년대 초반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

일본 비주얼저널리스트협회에 소속된 그는 지난 1983년 일본 미야기현 미군기지 취재를 시작으로 체르노빌, 프랑스의 핵실험이 벌어진 폴리네시아 지역, 미국 핵실험으로 인해 방사능에 노출된 미샬 섬, 이라크 전쟁 때 사용된 열화우라늄탄 피해지역 등 핵과 관련된 현장은 어디든지 달려갔다.

특히 그는 다른 사진작가들과는 달리 한 달 이상 현장에 머물며 실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는 취재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 2011년 3월 일본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 들어가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현실 등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피해현장을 취재하며 저널리즘의 본질을 느꼈다”면서 “다른 피해 현장에서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관찰자적 입장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면 이번엔 내 나라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실제 내 문제라고 생각해 위험성을 전하고자하는 절실함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취재와 책 출간, 전시회 등을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을 꾸준히 고발해왔다.

그는 현재 2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핵 사고는 자연재해와는 달리 시·공간, 세대를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가는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면서 “한국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원전을 없애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현장에 혼자 있을 때면 고독하기도 하지만 역사를 기록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희열감도 느낀다”면서 “내 생애 마지막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으며 끝까지 진실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