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엄마…자녀 두 명과 투신 광주 아파트서 일가족 3명 추락 숨져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다” 유서 발견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3년 03월 13일(수) 00:00

조울증세를 보이던 40대 주부가 두 자녀를 데리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모두 숨졌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오전 8시15분께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어머니 민모(42)씨와 이모(8)군, 이모(5)양 등 3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119에 신고했다. 민씨와 아들 이군은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딸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1시께 숨졌다.

발견당시 민씨와 이군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으며 딸인 이양은 나뭇가지에 걸려 튕겨나가 화단 흙 위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13층 주민인 목격자 박모(30·여)씨는 “‘퍽’하는 소리가 들려 봤더니 여자아이가 떨어지면서 나뭇가지에 튕겨 나가는 것이 보였다”면서 “즉시 119에 신고한 뒤 도착한 대원들에게 ‘제가 간호사인데 심폐소생술을 해도 되겠냐’면서 이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로 추정되는 민씨는 검정과 갈색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고 아들은 주황색 잠바에 노란색 티를, 딸은 핑크색 잠바를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민씨의 가족은 현장에서 10분 거리인 풍암동의 자택에서 차량을 타고 아파트에 도착해 이날 오전 8시5분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14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앞 동의 아파트 CCTV에는 오전 8시15분 21초, 28초, 31초 등 1분도 안되는 시간에 민씨와 이군, 이양이 차례대로 떨어지는 장면이 찍혔다.

숨진 민씨의 바지 주머니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삶이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면서 “딸이 신장이 안 좋다. 애들이 몸이 약해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의 편지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민씨는 10여년 전부터 조울증을 앓아왔으며 결혼 전에도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다른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보도내용을 보고 그와 같은 방법으로 투신한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민씨가 신변을 비관해 두 아이와 함께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