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배려 없는 주민센터 프로그램 광주지역 오후 6시 이후 프로그램 거의 없어 대구 등 일부 광역시 밤 9시까지 운영하기도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2013년 03월 14일(목) 00:00

#직장인 정모(45)씨는 봄을 맞아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반 사설 헬스장보다는 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헬스, 요가, 댄스 등 다양하고 값도 저렴해 그쪽으로 참여해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센터에 연락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오후 6시 이후에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정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후 6시 이후에나 직장에서 퇴근을 하는데 프로그램은 모두 그 시간 전에만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지 의문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정씨는 3개월동안 20만원하는 헬스장에 등록해야만 했다.
광주지역 각 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민 참여 프로그램 중 저녁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3일 광주지역 일선 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센터마다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평균 10여개 안팎으로 활발한 편이지만 저녁 프로그램은 거의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북구의 한 주민센터의 경우 노래교실, 댄스 스포츠교실, 에어로빅 교실, 요가교실, 판소리 교실, 도구 테라피, 헬스 등 종류는 10가지가 넘었지만 오후 6시 이후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반면 대구 공산동주민센터의 경우 에어로빅, 한국무용, 다이어트댄스 등 광주와 마찬가지로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다이어트 댄스의 경우 매주 월-금요일까지 매일 밤 8시부터 9시까지 운영해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도 참여할 수 있다.

대구시 공산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은 어떤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 편성을 했다”면서 “오전·오후 프로그램을 고루 편성해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 북구 A주민센터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40·50대 주부들이다”면서 “아직까지 오후에 어떤 강의를 개설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주민은 없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게 시민들의 지적이다.

직장인 현모(52·여)씨는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오후 7시 정도가 되는데 비교적 저렴한 주민센터 운영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도 시간 맞지 않아 할 수가 없다”면서 “요즘 밖에 나가서 일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그 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전업주부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장모(46)씨도 “만들어 놓고 참여할 것을 물어봐야지, 먼저 가서 이런 프로그램 해달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공무원 편의위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때문에 이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