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탕평, 공정사회 실현의 지름길 조인형 |
| 2013년 03월 19일(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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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탕평은 서경(書經)의 무편무당왕도탕탕(無偏無黨王道蕩蕩) 무당무편왕도평평(無黨無偏王道平平)을 출전으로 하고 있다. 탕평의 사전적 의미는 붕당사이의 심한 대립을 막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의미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신임옥사 와중에 왕위에 오른 영조가 탕평의 교서를 내리고 노론의 홍치중을 영의정에, 소론의 조문명을 우의정에 임명하는 등 당파를 초월해 인재를 등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파와 벽파의 대립이 발생하는 등 인재의 고른 등용은 역사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합리성을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현대에 와서 부분적으로 언로가 트이기 시작했던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TK 또는 PK에 편중된 인사에 대한 비판이 활발했었다. 이에 대한 반론 역시 여러 가지가 나왔지만, 필자의 머리에 고정된 한마디가 있다. 당시 지역별 편중인사에 대한 비판으로 지역별 인구에 비례해 고위직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시각적 효과를 대동하면서 제기됐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이상한 산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인재 등용은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지 지역별 인구수에 비례해 안분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논리를 편중인사를 합리화하는데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지만, 당시 이 논리가 일정부분 통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편중인사는 국민의 정부를 제외하고 점차 강화되는 양상이 전개됐다.
MB정부시절 1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영남편중(37.3%) 문제, 핵심부처인 경제부처 요직의 영남권 싹쓸이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시기는 2010년 이었다. 당시 사회통합을 위해 인사탕평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됐다. 즉, 인사문제는 국가차원이든 지역차원이든 어떤 조직에서는 공정사회를 향한 기본적인 출발점이기 때문에 편중된 인사는 형평성의 상실과 다양한 부작용으로 이어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뤘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장관과 차관 중 광주·전남 출신 인사는 각 1명에 불과하다. 장관인사에 이어 차관인사까지 대탕평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역민들이 커다란 실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지난 2월19일 광주시의회가 ‘박근혜 정부의 호남소외를 경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탕평 공약의 이행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이러한 인사는 지역 출신 고위공무원단의 수와 고위직 공무원의 보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관의 출신에 따라 고위공무원 인선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 출신 고위직 공무원이 핵심 요직에 배치되기 보다는 산하기관 또는 한직에 배치돼 지역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역점을 기울이는 사업을 관철시키기 힘든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인사의 지역적 편중이 불공정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정사회를 바탕으로 한 국가 균형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탕평인사를 통해 가시화시켜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