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힘] 새정부 인사대탕평 무시…지역 위기감 고조 ‘전라도 힘’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제2부 지방분권·균형발전 이루자 ⑩지역인재 중앙무대 활동 강화 장·차관 지역출신 각 1명…행안부에 1급 공직자 없어 대통령이 의지 갖고 인사 소외문제 적극 해결 나서야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2013년 03월 19일(화) 00:00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자주 지역을 찾아왔다. 그는 이 곳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제일 먼저 대탕평인사부터 펼치겠다”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뤄진 조각을 비롯 중앙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호남인물의 중용은 이뤄지지 않아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을 방문,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광주매일신문 DB

“서울에 올라가서 누구를 잡고 지원을 요청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최근 기자를 만난 전남도청 간부공무원은 “중앙부처와 단절된 인맥만 보면 한 숨이 나온다”며 “앞으로 예산지원 요청 등 현안이 첩첩산중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현실을 하소연했다.

그는 “행정안전부에 광주·전남 출신 1급 공직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면서 “앞으로 이를 극복할 대안도 사실상 없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로, 광주시에서 올라간 송귀근 전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장이 지난해 12월 대한지적공사 감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 광주·전남 출신 1급 공직자들은 행정안전부 내에 단 한명도 없다. 광역지자체 부단체장이 1급이긴 하지만, 행정안전부 중요 실·국장급과 산하기관 1급 자리에서 광주·전남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행정안전부내 1급이 1-2명 재직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가교역할이나 순환인사의 연결고리를 해 왔으나 지금은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허리 역할을 할 3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소속 광주·전남 출신 공직자도 행정안전부 본부 근무에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현재 3급 이상 10여명의 공직자 중 본부 근무는 3명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산하기관으로 밀려난 상태다.

광주시의 한 공직자는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지방행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인사에서 호남 출신, 특히 광주·전남 출신 공직자들이 철저히 배제돼 왔다”며 “우수한 인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역차별 때문에 ‘씨가 마르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에는 예전부터 지역 출신 고위공직자를 찾아 보기 힘들었다”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행정안전부에서도 이제는 눈 씻고 찾아봐야 할 형편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현상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이어지고 있는 인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면서 심각성을 넘어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지난해 대선 운동기간 ‘호남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약속하며 지역을 누빈 박근혜 대통령이 출범과 함께 조각할 내각에 국민대통합 차원의 인사대탕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나’였다. 새 정부 첫 내각에 사실상 광주·전남 출신 인사가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국무총리 및 17개 부처에 대한 장관 인사에서 광주·전남 출신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완도)이 유일했다. 하지만 그도 고향만 이곳일 뿐 수도권에서 성장해 지역연고성이 빈약하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하다’는 비판이 당연히 터져 나왔다.

최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도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보성), ‘딱 1명’만 발탁돼 ‘인사탕평’을 기대했던 지역민들의 희망을 여지없이 꺾어버렸다.

결국 향후 단행될 정부의 차관보 및 국장급 이상 고위직 후속 인사에서도 광주·전남 출신 공직자들의 절대 숫자가 부족해 이러한 인사 소외는 장기간 구조적인 장애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인사문제는 장관 한 두 명 내각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 ‘허리’에 해당하는 국장급 공직자들을 특정지역으로 편중되거나 소외됨이 없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호남은 이 원칙에서도 벗어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국토불균형 현상을 더욱 심화시킨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그렇잖아도 수도권과 지방은 물론 영·호남간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인재의 등용마저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균형·균등발전의 해결책은 요원하다고 봐야 한다.

오수열 조선대 사회과학대학장은 “이 시점에서 우리지역민들은 언론과 자치단체·대학이 연합해서 지역발전의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그 첫 번째는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고, 이어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차적인 동력은 지역 스스로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중앙에서, 그리고 최고 책임자가 전체를 균형 있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론적이지만, 가장 쉬운 답은 하나다. 대통령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광주·전남을 방문할 때마다 진정성을 내세우며 지역민에게 약속했던 말들을….

“호남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대통령이 된다면 제일 먼저 대탕평인사부터 펼치겠다…호남의 인재, 여러분 아들·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