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자원, 남도 원풍경(原風景) 보존하자 송태갑 |
| 2013년 04월 15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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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도쿄(東京)에 있는 일본정부산하 농촌계획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 소장님은 농촌문제 전반에 걸쳐 관심이 있었지만, 특히 농촌경관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분은 대뜸 전남에는 농촌의 원풍경(原風景)이 얼마나 남아있냐고 질문했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개발의 붐에 편승해 농촌의 원풍경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농촌주거환경은 도시보다 훨씬 쾌적하고 넓을 뿐 아니라 편리함에서도 결코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마을안길은 물론이고 구석구석까지 포장돼 자동차와 농기구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산골오지까지 전신주가 연결돼 있으며, 철도와 도로는 거미줄처럼 국토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생각 끝에 전남의 경우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관계로 아직 원풍경이 비교적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전남이 섭외 1순위였다고 들은 바 있었고, 실제로 유흥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전남의 역사문화, 자연경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각 지자체들은 앞다퉈 경관자원을 관광자원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보성 녹차밭, 담양 죽녹원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순천만 갈대숲, 영광 백수해안도로, 화순 운주사, 해남 땅끝,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증도, 청산도, 창평, 유치), 여수 금호도 비렁길, 장흥 우드랜드, 곡성, 구례, 광양의 섬진강 등 수많은 관광명소들은 한결같이 남도 특유의 역사문화자원이거나 자연경관자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 명소들을 가보면 적지 않은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화려한 안내판과 조형물, 어지럽게 들어선 펜션과 상업시설, 필요이상으로 설치된 목재데크 등은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인 자연풍광을 훼손하는 주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개발로부터 빗겨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유흥준이 감동받았던 그때 그 풍경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슬로시티로 유명한 청산도의 경우 서편제 촬영장소로 유명한 돌담길 농로를 포장했다가 다시 원상복구시킨 일, 담양군의 경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아스팔트와 가마골 생태공원의 콘크리트 포장을 걷어낸 사실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자긍심을 느끼는 대부분의 자원들은 농산어촌에 산재해 있다. 그동안 천혜의 자원이라고 자평하며 활용하는 쪽으로만 치중해온 것은 아닌지 숙고해볼 일이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근시안적인 자원활용에 그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배를 가르는 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가 가진 소소한 주변자원 하나부터 세계적 유산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한층 매력을 높여감으로써 고부가가치화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남이 보유한 특유의 풍토와 문화, 자연자원을 소중히 여기고 관리해야하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깊은 맛을 내고 빛을 발할 수 있는 고품격 자원으로 가꾸어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주변의 다락논, 누정, 간이역, 실개천, 항·포구, 취락, 골목길, 가로수, 건축물 등 수많은 잠재력 있는 경관자원들을 다시 한번 눈여겨보자. 언젠가는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의 원풍경(原風景)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