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 왜적에 맞선 ‘거룩한 분노’ 호남의병 위상 드높여 광주매일신문·KCTV광주방송·광주시 공동기획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
| 2013년 04월 19일(금)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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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주변에는 참 다양한 인물들이 무등산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 그중에서 남성중심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남편과 아내 부부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터에 함께 참여한 이들이 있다. 의병장 최경회와 그의 부인 주논개다.
무등산 화순쪽에서 이 부부의 족적을 찾아 따라가보면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충의공 최경회
충의공(忠毅公) 최경회(崔慶會·1532-1593)는 전남 화순군 삼천리에서 태어났다. 부친과 송천 양응정, 고봉 기대승에게서 수학하여 진사와 문과에 장원하였다. 성균관전적을 시작으로 사헌부 감찰, 형조좌랑을 거쳐 옥구, 장수현감, 영해부사, 영암군수, 담양부사를 역임하였다. 선생의 높은 인덕 은 부임지마다 선정을 베푸니 주민들이 선정비와 생사당(초상화를 모신 집)을 지어 기념할 정도였다.
충의공은 모친 평택임씨의 상을 당하자 담양부사를 사임하고 귀향하여 복중에 있을 때인 1592년 4월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장형 경운과 중형 경진과 더불어 의병청을 지금의 고사정(화순읍 삼천리)에 있는 자리에 설치하고 여러 고을에 격문을 보내고 300여명의 의병을 모아 조카인 홍재에게 인솔하게 하여 의병장 고경명의 휘하에서 싸우게 하였다.
1592년(임진년) 8월 20일 밤 금산성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작전명령이 하달되었다. 그날 밤은 달빛은 있었으나 짙은 안개가 끼어 앞을 식별하기 어려웠다. 최경회는 전군에게 야습의 준비를 시키고 이 안개를 이용하여 기마병에 집다발을 안고 가되 진군하지 말고 북과 꽹과리만 쳐서 대군이 진격하고 있는 것처럼 적을 속이고 절대로 화살을 쏘지 말라고 엄명하였다. 북과 꽹과리는 계속 쳐서 진격하는척 하자 적은 조총과 화살을 쏘아 댔다. 왜적의 총소리가 뜸해지면 다시 북과 꽹과리를 쳐 새벽까지 이것이 되풀이 되자 적은 지칠대로 지치고 탄환과 화살이 떨어졌는지 뜸해졌다. 날이 밝고 안개가 차츰 걷히자 공격의 명령이 떨어졌다. 터진 봇물처럼 적진을 덮친 의병들은 마구 적을 무찔렀다. 성앞까지 즐비하게 나뒹군 적의 시체를 남기고 남은 적은 성내로 도주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성내에 있던 적은 밤의 어둠을 이용해 달아나고 금산성에는 적의 그림자 하나도 없었다. 이 싸움이후 왜적은 ‘골’자 기만 보면 겁을 먹기 시작했다.
충의공의 용맹은 사방으로 퍼져 의병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전의가 충천했다. 왜적은 10명의 장수가 거느리는 2만여명의 병력으로 10월 3일 진주성을 포위했다. 최경회가 진주성 지원을 결정하자 일부에서는 호남을 버리고 영남을 구하로 가는 일이 옳지 못함을 지적하는 이가 있었다. 이 말에 반박하면서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호남도 우리 땅이요 영남도 우리 땅인데 의로서 일어난 사람들이 어찌 영호남을 가린단 말인가!’ 이렇게 일축하고 평야지에서는 조운학익진을, 계곡에서는 장사어관진을 그리고 취사한 자리를 많이 위장하여 만들게 하여 용의주도한 진군을 하였다.
진주성 1차 싸움은 임진년 10월 10일부터 시작되었다. 김시민은 성문을 굳게 닫고 성중의 노인과 부녀자까지 남장을 시켜 장정처럼 위장하였다. 진주성 1차 싸움의 승첩을 듣고 경상감사 김성일이 달려와서 최경회의 전공을 치하하고 즉시 선조에게 진주대첩은 최경회가 성밖에서 지원한 공이라고 상계하였다.
1차 진주성싸움에서 패북한 왜군은 그 원한을 풀기 위해 무려 9만3천여명의 대병력을 동원하여 1593년(계사년) 6월 18일 진주성을 겹겹으로 포위했다. 왜군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한 것은 6월 22일 오전 10시부터였다. 이날부터 8일동안 피아간의 밤낮없는 공격전이 계속되었다. 이 8일간은 피아가 다 있는대로의 지략과 용맹을 남김없이 발휘한 대혈전이었다. 온갖 방법을 다하면서 사투를 계속한 이날밤 줄기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동문쪽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누군가 최경회에게 성을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자는 말을 하였다.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이 성을 맡았으니 성이 없으면 나 또한 있을수 없다.” 이렇게 말한 최경회는 조카 홍우를 불러 “홍우야 너는 꼭 살아 남아서 이 칼과 청산백운도와 조복을 네 아버님에게 전하라 내가 죽은 줄 알면 반드시 기병하실 것이니 이것을 증표로 삼아라.” 홍우는 흐느끼며 숙부가 내리는 물건을 받아 말 안장에 매달고 성을 빠져나갔다. 최후의 시각이 다가온 것을 안 최경회는 김천일, 고종후와 함께 촉석루에 올라갔다. 장마비가 내리는 칠흙같은 밤 피맺힌 목소리로 서사시를 읊었다.
‘촉석루중 삼장사는 잔을 들고 웃으며 강물을 가리키노라 강물은 도도히 흘러 가니 저 물이 흐르는 한 혼은 죽지 않으리’ 다 읊고 나서 북향사배하고 경상우도병마절도사인을 안고 남강에 뛰어 들었다. 장수들과 수많은 의병들이 차례로 몸을 강물에 던졌다. 구국대의를 안고 남강의 충혼이 되어 순절한 것이다.
의병장 고경명이 금산에서 전사한 그 뒤를 이어 남은 의병들과 화순 능주 동복사람들이 주축이 된 용맹한 호남의병을 이끌고 용병의 신장인 최경회는 임진계사 2년간 곳곳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62세에 진주성을 사수하여 호남으로 미치는 화를 막으려다 순절한 것이다.
선조는 7월 21일 진주성 전사자에게 애통한 교서를 내리고 최경회에 대해서 ‘명장이 칭찬하고 왜군이 두려워 하니 가히 그 이름이 3국에 떨쳤다’고 했다.
#주논개
논개는 갑술년 갑술월 갑술일 갑술시, 즉 개해 개월 개일 개시에 태어났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개를 낳았다’고 해서 이름을 논개라 했다.
논개가 13세가 되던 해 논개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부친 주달문이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주색잡기에 빠져있던 논개의 숙부 주달무는 토호 김풍헌을 찾아가 자신의 놀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논개를 넘기려는 계략을 꾸몄다. 김풍헌은 백치불구인 자신의 자식을 장가보내기 위해 논개를 민며느리로 사오는 대가로 논개의 숙부에게 논 세 마지기와 엽전 삼백 냥, 당백포 세 필을 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논개 모녀가 친정으로 도망가자 주달무도 도망갔고, 김풍헌은 이들을 관아에 고발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주달무는 오히려 논개 모녀를 상대로 장수 현감에게 소장을 올렸다. 결과 ‘죄 없는 사람을 무고해서 괴롭히는 처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났다. 논개 모녀는 무죄 방면됐다.
이때 판결을 맡았던 장수현감이 바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서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싸우다 전사한 최경회(1532-1593)장군이다. 오갈 곳 없게 된 논개 모녀는 드난살이로 현감 부인의 병수발을 했다. 하지만 곧 현감 부인은 세상을 뜨고, 논개는 최경회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이후 최경회가 고향에서 모친 시묘살이를 하던 중에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경상우병사가 된 최경회는 진주성으로 들어갔다. 이때 논개가 따라나서려 하자 ‘이번 진주싸움을 길어질듯 하니 짐을 꾸려 이사하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논개는 최경회와 헤어진 5일만에 남겨논 호위병 4-5명과 진주로 길을 떠났다. 장수에서 진주는 먼길이었으며 험한 산길이고 가뜩이나 왜군이 득실거렸다. 진주성이 함락되기 하루전에 최경회의 강권에 성밖 민가에 나와 있었던 논개는 성이 함락된 것을 알았다.
최경회는 장수들과 촉석루에 모여 나라를 지키지 못한 책임으로 자결했단 소식을 듣고 남장을 하고 성하로 나갔다가 성벽에 붙은 왜군의 방문을 보았다. 그 방문에는 진주성 전승연이 7월 7일 촉석루에서 있으니 진주성 기적에 있는 기생은 7일 말시까지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논개는 수안기생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기적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전승연에 나가서 원수를 갚을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 기적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논개가 후세사람들이 의암이라고 부르게 된 바위 위에서 왜장 게다니무라 로꾸쓰게를 껴안고 남강의 벽류에 투신했다. 그날 밤이 칠월칠석이었는데 투신직전 심정을 읊은 시가 전해 온다.
‘바람은 무심코 부는데 눈을 뜨고 보니 진주성은 이미 함락되어 모든 사정이 달라졌구나. 슬프다! 저 교활한 놈(왜장을 가르킴)이어 나와 좋아하지 아니하건만 아! 이무슨 일인고 날은 저물고 길은 머니 세상일이 모두 슬프도다.’
이때 주논개의 나이는 20세였다. 우리가 알고있는 것처럼 논개는 관기가 아니다. 의병이었다. 1593년 6월 진주성 전투 때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당시 상황이 잘못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논개에 대한 최초의 문헌사료로 순국 28년 후인 1621년(광해군 13)에 쓰여진 유몽인의 ‘어우야담’은 논개의 행적을 자세히 알려주면서도 후대 사람들에게 논개가 기생이라는 인식을 고착화시켰던 것이다.
남도의 절의정신은 최경회·주논개 같은 용기있는 희생이 쌓이고 쌓여 생긴 것이다./글=남성숙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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