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모르쇠’ 휘어진 민원 잣대 현장의 눈 이봉영 <사회부 부국장 대우·영암>

2013년 04월 19일(금) 00:00

얼마 전 ‘행정에 이중 잣대가 있다면?’이란 제목으로 일부 행정부서의 들쑥날쑥한 업무처리에 민원인의 불만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형평성이 결여된 행정처리 등 각종 민원처리를 놓고 고통 받는 지역민의 고충을 거론했던 것이다.

그것은 힘없는 민원인이라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지역민의 하소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한 행정처리를 갈망하는 주민의 요구에 지역공직자들의 자세는 얼마나 변했을까?

최근 한 도로개설사업에 대해 지역농가로부터 민원이 제기됐다.

‘도로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예방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제보를 접한 뒤 영암군 사업 인·허가부서를 확인하던 과정 중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부서를 가던 민원인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눈치인데다 변명과 업체 비호에 안달 난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지역민이 제기한 민원이 부적절하더라도 사실 확인을 통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민원을 예방하고 처리하는 게 공직자의 책무다.

그러나 농가의 잘못을 운운하는 등 ‘농가도 불법 사례가 있다’며 행정처리도 할 수 있다는 으름장까지 놓는 등 민원인을 잡상인 대하는 식으로 느껴져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 제반 법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를 두둔하는 식의 답변자세는 영암군 공무원으로서 지역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취재가 시작돼서야 사실 파악에 ‘부산하게 움직이는 척’하는 늑장행정에 허탈하기까지 했다.

시공회사의 탈법을 알고도 묵인했던 것인지, 정말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시종일관 ‘몰랐다’며 ‘조사 후 행정처리를 하겠다’는 등 별문제 아니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영암군의 늑장행정의 표본으로 좋지 않은 사례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팔짱낀 행정으로 발생한 민원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모든 원인이 민원을 제기한 농가에게 있다며 민원인의 어려움을 매도하고 오도하려는 안일한 행정을 꼬집고 싶다.

군민으로부터 공직자의 권한을 얻는 만큼 기업이나 업체보다 지역민의 불편해소와 편익을 위해 나서는 공직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