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을 위한 행진곡’과 ‘라 마르세에즈’ 취재수첩 |
| 2013년 05월 03일(금)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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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조국의 아들딸들아/영광의 날이 왔다!/압제에 맞서/피 묻은 깃발을 올려라/들판에서도 들리는가/저 포악한 병사들의 외침이/그들이 여기까지 닥쳐와/당신의 자식과 아내를 죽이려 한다!/무장하라 시민들이여/무리를 지어라/행진하자, 행진하자/적들의 더러운 피가/우리의 발을 적실때까지/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에즈(La Marseillaise·마르세유의 노래)’ 1절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국가(國歌)를 대하는 우리의 일반적인 정서로 판단할 때 상당히 과격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프랑스를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라 마르세에즈’는 1792년 4월25일 프랑스의 공병대위 루제 드 릴이 만든 혁명가요다. 당시 자유·평등·박애의 프랑스 대혁명 이념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 선전포고하자 이를 정벌하기 위해 출정하는 군대를 위해 만들었다.
프랑스군과 함께 유럽 구석구석을 누비며 혁명의 이상을 뿌린 ‘라 마르세에즈’는 왕정복고 시기에 잠시 금지되지만 1830년 7월 혁명 때 파리의 바리케이드에서 되살아났고, 제3공화국 시절인 1879년 마침내 국가로 제정됐다.
‘라 마르세에즈’를 되살린 파리의 바리케이드가 배경이 된 영화 ‘레미제라블’은 올해 초 상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레미제라블’을 본 관객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합창으로 불리어진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기억할 것이다. 1848년 2월 혁명을 암시하는 듯한 이 장면에서 배우들이 부른 ‘민중의 노래’ 일부분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겠는가/그리하면 우리의 깃발은 전진할테니/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오/그대는 굳게 일어나 기회를 붙들 것인가?/순교자가 흘린 피가 프랑스의 초원마다 흐를 것이오/중략/그대들의 심장 뛰는 소리가/북소리가 돼 울려 퍼질 때/이제 곧 새로운 인생이 시작할테니/내일이 오면/
정치적 성향을 떠나 ‘레미제라블’을 본 관객과 언론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영화에서 나온 노래들의 가사를 극찬했다.
그렇다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앞두고 최근 광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 노래의 가사말을 들여다보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서 끝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사망한 윤상원 열사와 역시 항쟁 당시 사망한 박기순 열사와의 1982년 영혼 결혼식을 애도하기 위해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묏비나리’라는 시를 노랫말로 바꿔 가사를 쓰고, 1980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차지한 김종률씨가 작곡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5월의 노래로 널리 불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이 선동적이어서 국가기념행사에 제창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에게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에즈’를 알려주고 어느 가사가 더 정치적이고 이념적인지 물어보고 싶다.
프랑스의 역사가 담긴 ‘라 마르세에즈’가 전 세계에서 울려퍼지듯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임을 위한 행진곡’ 역시 국가기념일 행사를 통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정부가 좀더 유연해지고 당당해졌으면 한다.
/moo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