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정신, 지역발전 초석으로 김종일 |
| 2013년 05월 06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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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향(義鄕)은 호남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중의 하나다. 언제, 어떻게 이러한 이미지가 형성됐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호남인들에게 오랫동안 각인되어온 인식일 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대체로 이에 수긍하는 편이다.
한국 사학계의 거두로 불리는 이병도 선생은 “호남은 지리적 조건과 역사적 조건에서 볼 때 우리 고대문화의 한 중심을 이뤘고, 호남일대의 풍부한 생산력과 교통 편리는 역조(歷朝)의 재정과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바 컸으며, 고래로 불의부정(不義不正)에 항거하는 정신이 강해 구국광정(救國匡正)에 공헌한 바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호남은 지리적·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사상·문화·학문적 특징을 갖고 있으며, 불의와 부정에 항거하는 정신 또한 강했다. 이와 같은 호남정신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 뿌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호남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림(士林)정신이 호남정신의 핵이라고 한다. 그것이 뿌리가 되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의리의 실천, 구국의 충절, 불굴의 항쟁 등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호남사림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고봉 기대승, 하서 김인후, 정암 조광조 등이 손꼽힌다. 기대승과 김인후는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 성리학의 발전을 이뤘던 인물이며, 조광조는 호남으로 유배와서 독배를 마시고 사사되기까지 호남의 유림들과 교분을 나누었다. 국가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민생이 피폐했던 조선 후기에는 실학사상의 꽃을 피우는 토양의 역할을 했던 곳이 바로 호남이다.
사림정신은 외침을 당했을 때 국난을 극복하는 의병운동으로 발현됐다. 건제 김천일, 제봉 고경명, 충장공 김덕령 등은 조선 중기 호남의 절의(絶義)정신을 만천하에 떨쳤던 인물이다.
이후 동학농민운동, 한말 의병운동, 일제강점기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오면서 한국 역사의 중요한 시기마다 커다란 이정표를 세워왔다.
그동안 호남사림이 보여준 절개와 의리를 호남의 부정적 이미지와 결부시키는 편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절개와 의리의 근저에는 개방성·포용성·창조성이 내재돼 있었다. 21세기 글로벌 경제시대에 요구되고 있는 가치관을 당대에 이미 갖췄다는 말이다. 개방성을 보이면서도 본래 모습은 잃지 않았다.
호남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치적 좌절을 겪었다. 이제 좌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호남인들에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 것을 익혀서 새것을 앎)’의 자세가 요구된다. 호남정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서 새로운 지식과 도리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호남의 의로운 정신문화를 학문적으로 규명해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고양함은 물론이고, 외부 세력이 호남정신을 더 이상 폄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호남정신을 함양·계승하고, 호남의 정신문화 컨텐츠를 개발해 문화산업 창출의 기반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창조하는데도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