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어빵과 예술의 거리 김광욱 |
| 2013년 05월 13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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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 붕어를 넣는 사람이 있을까? 붕어빵의 핵심은 달달한 앙꼬에 있으므로 붕어를 넣는 사람도 없고, 넣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없다. 예술의 거리에 왜 예술가가 없느냐는 푸념 섞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되묻곤 한다. 과연 예술의 거리에서 핵심이 예술가일까?
예술의 거리 일대 상가 밀집도를 살펴보면 화랑과 갤러리가 높기 때문에 예술의 거리의 핵심기능은 예술유통이다. 또한 인근 대인시장은 수 년 전부터 예술가들이 자리 잡아 창작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예술의 거리에 예술가의 입주를 지원하는 것은 과잉이다. 오히려 예술유통 기능을 강화해 대인시장과 차별화하고 다른 한 편으론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예술유통 거점으로서의 장소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적 초점을 맞춰야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화랑과 갤러리가 정책적 지원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정책적 목표가 된다. 첫째, 원론적인 입장에서 볼 때 예술 유통이 활성화된다면 1차 수혜자는 유통 상가들이겠지만 2차 수혜자는 예술가다. 결국 유통이 살아야 예술가의 창작이 활발해지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고, 이는 문화예술의 생태계조성이라는 정책적 목표와 연결된다. 둘째, 현실적인 입장에서 광주의 미술유통 인프라는 취약하다. 문광부 통계를 보면 갤러리 수가 부산과 대구의 1/10 수준이며, 갤러리에 소속된 전속작가는 0명으로 최하위이다. 그야말로 외부지원 없이 살아나기 힘든 아사직전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예술의 거리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 몇 년 전 갖은 논란 끝에 철거된 루미나리에부터 최근 완료된 보도블록과 간판 정비 등은 유통역량 강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아마도 이들 사업은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의도로 보인다.
만약 의류와 화장품 가게가 밀집된 충장로에 사업을 펼쳤으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매출 신장 효과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예술의 거리는 다르다. 미술작품이 생필품도 아니거니와 작품의 가격도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부담스럽다. 구조적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매출이 상승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상의 사업들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밑거름삼아 업그레이드된 지원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보는 관광을 목적으로 한 유동인구 증대보다 계획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해 예술 유통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열리고 있는 야외경매는 의미있는 사업이며, 대인시장과 예술의 거리 활성화 사업을 연계하여 펼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비단 예술의 거리 뿐만이 아니라 예향 광주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다. 예향 가꾸기의 핵심과제는 예술의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름에 연연해 붕어빵에 붕어를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