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힘] 미술·음악·문학 등 풍부한 자산 문화수도 꽃피운다 ‘전라도 힘’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제3부 전라도다움을 키우자 (16)예향(藝鄕)남도 가꾸기 과거 명성 안주 않고 ‘예맥잇기’ 더 매진해야 삶과 함께하는 예술 육성 민·관 적극 공조를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2013년 05월 13일(월) 00:00

광주와 전남은 미술과 음악·문학 등 전 분야에 걸쳐 풍부한 예술자원을 보유해 예부터 예향으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세계의 대표적 미술전람회로 자리잡은 광주비엔날레를 비롯 다양한 예술행사가 연일 펼쳐져 예술의 향기로 가득차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요즘 거리마다 들어선 커피전문점 마냥 다방이 성업중이던 2000년대 이전, 광주의 그 곳에 빼 놓을 수 없는 장식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림이었다. 먹으로 담백하게 그려낸 동양화 한 점은 꼭 걸려 있었다. 이 곳만이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어디든지 그림 몇 점 걸어놓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의 예술인들이 가장 부러워했던 바로 그 현장이었다.

단적인 사례지만, 이 같은 풍토로 인해 광주와 전남은 예향(藝鄕)이라 불렸다. 예술의 본향, 즉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이 애칭에 대한 지역민들은 자부심은 확고하다.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남도를 예향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미술과 음악, 그리고 문학으로 대별되는 남도 예술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해 보자.

먼저 미술의 경우 진도 운림산방을 가 보면 확신할 수 있다.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 선생의 화실이었던 이 곳에서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전 허문 등 4대에 걸쳐 전통남화가 꽃을 활짝 피웠다.

서양화 또한 오지호, 김환기, 양수아 등으로 대표되는 작가들이 한국근대미술의 초기시대를 개척했다. 이들을 자양분 삼아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설치예술가 손봉채 등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다.

또한 이를 토대로 광주에서는 1995년 국내 최초로 대규모 국제미술전람회인 비엔날레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미술인들조차 ‘비엔날레’의 의미를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광주는 한국미술의 선두주자였던 셈이다. 이제 10회 행사를 준비할 만큼 성장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제전의 반열에 우뚝 섰다.

소리에 있어서도 남도는 독보적이다. 서편제 강산제의 비조 박유전, 새도 놀란 새타령 명수 이날치, 쑥대머리의 임방울, 보성소리의 진수 정응민, 탁월한 명고수 김명환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즐비하다. 남도소리는 판소리의 한 축을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남도는 소리와 노래가 무대에서 연출되는 예술행위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아련한 슬픔과 흥을 간직한 아리랑의 원조가 남도땅인데, 진도아리랑의 현장인 진도 지산면 소포리에선 밤마다 흥겨운 가락이 넘쳐 흐른다. 낮에는 논밭과 바다에 나가 일하고 밤엔 사랑방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마을인 이 곳은 한국문화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마을에서만 전남 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북놀이, 전남 무형문화재 제19호 진도만가,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강강술래, 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 남도들노래 등을 독자적으로 보존, 전승하고 있다.

문학에 있어서도 남도는 인물의 보고(寶庫)다.

참을 수 없는 찬란한 슬픔을 노래한 김윤식, 매일 기다린 아침의 사나이 박용철, 한국 최초의 여류 소설가 박화성, 혼탁한 문학계에 경종을 울린 김현승, 민족 사랑을 아낌없이 담아낸 시혼 조운, 한국 연극의 아버지 김우진 등은 한국문학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이처럼 미술·음악·문학 등 예술의 전분야에 걸쳐 풍요로운 자산을 갖고 있는 남도는 문화의 시대인 21세기를 맞아 예향을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그 외형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표현된다. 전당 건립을 통해 아시아 문화수도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문화를 품고 세계로 나아간다’는 큰 꿈을 안고 출발한 문화수도 조성 사업은 오는 2023년까지 추진되는 20년 장기프로젝트다.

여기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5조3천억원. 아시아문화전당을 주축으로 전통문화는 물론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 창작을 진흥시키기 위해 광주지역의 기초예술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문화·공예·디자인·게임·첨단영상·에듀테이먼트 등 문화산업 5대 콘텐츠를 집중 육성한다. 한마디로 ‘문화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광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원대한 꿈을 현실로 이루려면 다시 한번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과거의 명성을 자랑한다 해도 현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단지 전설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례로, 남도에는 중국의 전통회화와는 다른 독특한 남종화가 있고, 서양미술분야에서는 오지호 선생이라는 거목이 있었지만, 예맥이 계승발전되고 있는지는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후계자들이 스승의 화풍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을 활발하게 창조해 내야만 과거형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형으로 갈 수 있다.

또한 지역민의 참여 없는 예술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언제나 함께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삶 속에 녹아든 예술만이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