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태극기 들고 부르자 취재수첩 노병하 사회부 차장대우

2013년 05월 15일(수) 00:00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본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는 각계의 여론이 들불처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국가보훈처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관계자의 입을 빌어 “이 곡이 기념식에서 퇴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여론에 보훈처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본 행사에서 이 곡을 ‘합창’ 방식으로 할지 ‘제창’ 방식으로 노래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뭔가 석연찮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반동이 자칫 ‘투쟁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는 뒷 얘기가 들린다.

좋게 말하면 세심하고 나쁘게 말하면 참으로 졸렬하다. 30년 넘게 불려온 노래를 ‘선동적’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 이뤄지는 행동을 ‘투쟁적’이라고 말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암흑의 시대에 광주시민을 하나로 엮어준 ‘연결고리’다. 80년 5월 그날 이후 군부의 압제가 계속될 때 맨주먹의 시민들이 분노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불렀던 노래다. 그렇게 30년 넘게 불려와서 이제는 어린아이들도 노래 가사를 흥얼거릴 정도다. 이 정도 되면 ‘광주의 아리랑’이라고 지칭해도 무방하다.

아리랑은 구슬프게도 신명나게도 부를 수 있는 우리 전통민요다. 부르다 울 수도 있고 어울려 춤을 출수도 있으며 수만가지로 변주가 가능하다.

기왕 부르기로 결정했다면 손 동작 쯤은 넘어가도 무방하지 않은가. 그것은 마치 아리랑과 어깨춤이 하나로 묶여 있는 것과 같은 의미다. 30여년을 해온 행동이다. 나아가 도대체 2013년에 광주가 누구를 향해 투쟁 의지를 불태운단 말인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쥐고 올렸다 내리는 반동이 여전히 ‘투쟁적’이어서 고집한다면 그 손에 태극기를 들자. 우리의 국기를 들고 민주화의 초석이 된 광주의 희생자들을 기리자.

적어도 보훈처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것조차 ‘투쟁적’이라고 보지 않을 것 아닌가.

그래서 더 이상 ‘임을 위한 행진곡’이 ‘선동적’이지도 ‘투쟁적’이지도 않은 이 나라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목숨 걸고 군부독재에 항거한 ‘민주적’ 행동의 상징임을 알려주자.

굳게 쥔 주먹에 태극기 하나 추가하는 것으로 광주의 눈물과 아픔이, 33년 전의 그 처절하고도 아름다웠던 항거가 더 이상 오해 받지 않는다면 들어주자. 가슴에 1980년 그날을 담고 두 눈에 푸른 오월을 채우고 한손에 태극기를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의 아리랑’을 멋진 목소리로 부르자. 더 이상 희생자들이 ‘선동적’이고 ‘투쟁적’이라는 오해의 탈을 우리가 벗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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