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손맛·정성 3합 어우러진 남도음식 곽행구 |
| 2013년 05월 27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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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남도의 작은 섬에 출장을 다녀왔다. 섬에 가면 돌아오는 뱃시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는 하지만, 육지와는 다른 싱싱한 먹거리가 있어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한 맛집을 소개받아 찾아갔다. 식당은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허름한데다 손님까지 없어 잘못된 정보를 받지는 않았나 걱정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예약손님만 받는 식당이었다.
황석어조림과 새우젓, 숭어와 민어 건정, 봄동 무침과 세발나물 등으로 이내 상이 차려졌다. 밥상 한 가운데는 갯벌에서 잡아온 낙지 초무침이 군침을 돌게 했는데, 식당에서는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전통 식초를 고집한다며 신맛이 약하면 식초를 가미하라며 식초병을 상 위에 놓아뒀다.
식당 요리사는 나이 일흔을 넘긴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저는 준비가 안 되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번 모신 손님은 찬거리가 김치 한 가지라고 해도 온 정성을 다해서 모십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마저 들으며 식당이 손님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식당은 제철에 잡힌 생선만을 요리하여 손님에게 특식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밑반찬과 양념은 모두 이 섬에서 자란 채소, 대파, 마늘, 양파, 고추 등을 사용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할머니의 구수한 친절함과 정성으로 인해 비좁고 허름하게만 보였던 식당이 어느덧 고향집 같이 느껴졌다.
요즈음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점이 있는 곳이라면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가기도 하고, 식당 앞에서 몇 십분씩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어가 고향을 찾아가듯이 오래 전에 먹었던 음식 맛을 잊지 못해 예전 음식점을 찾아가기도 한다. 남도 음식이 그렇다. 외지 사람들은 남도에 오면 타지역과는 분명히 다른 맛을 경험하고 다시 찾곤한다.
남도는 청정바다와 갯벌에서 잡힌 싱싱한 해산물과 널따란 호남 평야에서 생산된 곡물, 친환경 유기농 재배지로 명성이 높다. 이렇듯 식재료가 풍부한 남도에서는 어느 지역보다도 다양한 조리법이 발달하였고, 부식의 종류도 많다. 그래서 남도에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맛깔스런 음식점이 널려있다. 목포 민어회, 영광 굴비정식, 보성 고막정식과 강진 한정식이 있다. 이외에도 나주곰탕, 담양떡갈비, 광양숯불갈비 등 특품요리들도 유명하다. 그런데 타지역에서도 남도 음식을 요리하여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남도에서 요리되는 음식이 요즘 들어 그 명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남도 음식이 우리나라 최고 음식으로써 명성을 유지하고, 남도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다시 남도를 찾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남도에서 생산된 신선한 식재료와 정성어린 손맛, 친절한 서비스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된다. 남도가 의향, 예향, 미향의 3향이듯 남도산 식재료와 손맛, 정성(서비스)의 3합이 어우러져야 제맛을 낼 수 있고, 타지역 음식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도음식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한다면 남도음식은 자연스럽게 세계속의 브랜드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