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힘] 산해진미 가득한 남도음식엔 ‘개미’가 있다 ‘전라도 힘’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정다운 기자 swiss@kjdaily.com |
| 2013년 05월 27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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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있다.” “개미지다.” 남도에서는 음식 맛을 표현할 때 이 ‘개미’라는 말을 자주 쓴다. ‘개미’는 흔히 말하는 감칠맛 난다는 뜻으로, 짜고, 시고, 달고, 쓴 4개의 맛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입맛을 당기는 맛을 일컫는 전라도 방언이다.
맛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남다른 남도는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지녔다.
비옥한 평야와 높고 깊은 산, 청정바다와 기름진 갯벌에서 나오는 풍부한 식재료 덕분에 남도의 밥상은 육해공 산해진미로 가득하다.
매우 귀해서 임금님 수라상에만 올라갔다는 영광의 굴비부터 일반 낙지와는 다른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무안 뻘낙지, 완도 전복, 추운 겨울 바람이 불 때가 제 철인 보성 벌교 꼬막은 타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과는 분명 다른 맛을 자랑한다.
여수의 명물이 된 게장과 새콤달콤매콤한 서대회, 숯불고기의 대명사가 된 광양숯불고기, 담양 떡갈비, 서민들의 보신요리로 시작된 나주 곰탕, 화순 흑두부 등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도 각양각색이다.
음식에 대한 정성도 유별나다. 같은 식재료라도 전라도 식으로 요리하거나 때론 삭힌다. 특히 젓갈, 장, 장아찌 등 오랜 시간을 두고 식재료 본연에서 나오는 맛과 효능을 극대화 시킨 발효음식이 많다.
남도의 개미진 맛, 남도 음식문화의 결정체는 ‘남도 한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이야 서양식으로 서너 가지 음식이 차례대로, 코스식으로 상에 올라오지만, 본디 ‘정식’은 한상 가득 푸짐하게 여러 가지 요리를 내어오는 것이다.
요즘도 지역의 몇몇 식당에서는 옛날식 그대로 주방에서 상을 차려 손님방으로 ‘떡 벌어진 한 상’을 내어 온다. 방에 앉아 수십 가지의 반찬들로 빽빽한 밥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옛날 왕이 된 듯한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참 귀한 손님대접을 받고 있단 생각마저 들게 된다.
워낙 반찬 가짓수가 많아 상 위에서 미처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반찬들은 다른 반찬 그릇 위에 업혀(?) 나올 때도 있다. 가짓수가 많다고 해서 어느 것 하나 젓가락질 소홀히 하면 섭섭할 반찬들이다.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꾸민 많은 가짓수의 음식이 넓은 상 하나를 가득 메우고도 남는 남도 한정식은 풍요로움 그 자체이다. ‘상다리가 휘어질 듯 하다’는 말은 이러한 남도 한정식을 표현하기에 오히려 모자란 듯 보인다.
한정식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전채, 곡물위주의 주식과 부식(반찬) 및 후식으로 구성된다.
한정식에 이용되는 반찬의 종류는 약 1천500여 종에 달하고, 조리법 역시 다양하다. 반찬은 구이, 전, 볶음, 지짐, 편육, 조림, 생채, 숙채, 튀각, 찜, 전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돼 영양과 맛, 색채감, 온도 등 여러 면에서 조화를 이뤄 주식을 보조한다.
특히 임금님이나 대갓집 반상차림을 상업화한 한정식은 예전에는 상차림도 지역별로 제각기 달랐다. 그 중에서도 물산이 풍부했던 남도의 한정식은 양과 질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
남도가 맛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것은 비단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자연이 낳은 싱싱한 재료들은 남도 특유의 푸지고, 섬세하고 집요하면서도 풍요로운 상상력을 만나 깊고, 진하고, 오묘한 맛의 음식으로 재탄생되곤 했다.
손맛, 땀과 정성의 맛, 곰삭은 발효의 맛이 어우러진 남도 음식을 한데 모은 것이 남도 한정식이다.
남도 한정식은 집집마다 손맛도 다르다. 대를 이어가며 자신들만의 비법을 고수하는 집도 있고, 전통 요리법에 자신들만의 비법을 더해 퓨전, 발효 퓨전 한정식을 선보이고 있는 곳들도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국제규모의 행사를 수차례 거치면서 지역을 찾는 외지인도, 외국인들도 많아졌다. 항간에는 전라도 식당들이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비싸기만 하고 먹잘 것 없다”, “무늬만 전라도 맛집 흉내를 낸다”는 곳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음식 본연에 정성을 들이고, 격식을 갖추지 않고 식당의 외관이나 서비스에 치중함에 따라 붙은 꼬리표이다.
또한 ‘전라도 밥상’하면 풍성하고, 정성스럽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 수거·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애초에 음식을 만드는 데 드는 돈과 시간, 정성도 아낄 수 있다. 접시에 담아내는 음식을 손님 수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면 음식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소비자입장에선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주방 공개, 세면대 설치 등 남도의 맛을 찾은 이들을 위해 청결·위생을 고려한다면 남도의 식당들이 맛있고 정성스러운 모습을 당당하게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정다운 기자 swiss@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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