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정신은 계속돼야 한다 취재수첩 |
| 2013년 05월 31일(금) 00:00 |
|
지난 한달 간 광주를 달궜던 5월이 끝났다. 눈물과 공포, 분노로 점철됐던 고귀한 항쟁이 33년이 지난 지금, 살아남은 자들 중에는 쓰러진 사람들의 무덤을 부여잡고 여전히 통곡하는 이도 있었고 경험하지 못한 자들은 그들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손을 맞잡기도 했다.
그렇다. 5월이 끝났다. 광주의 가슴 아프고도 자랑스러운 5월이 막을 내렸다.
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는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와 일부 종편의 ‘북한 배후설’ 왜곡 보도 등으로 한달 내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때문일까. 이번 5·18에는 광주시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관심과 추모열기도 높았다.
무엇보다 5년만의 대통령 방문이 반가웠다. 비록 논란이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박근혜 대통령이 따라 부르지는 않았지만 노래를 부를 당시 기립해 태극기를 흔든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5월 역시 뒷맛은 씁쓸하다. 단순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광주에 갇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는 고인의 시신을 ‘홍어’로 칭하고 종편방송에서는 시민군 속에 북한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듣기만 해도 어이없을 일이지만 일부에서는 5·18의 ‘광주시민들’은 여전히 ‘폭도’이고 ‘민주화운동’이 아닌 ‘사태’다.
누구의 잘못인가? 바로 우리들의 잘못이다. 우리가 광주의 5월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 5월을 광주에 묶어두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날의 공동체 정신을 발전·계승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가 5·18을 지키지 못했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 5월이 끝난 지금이야말로 다시 그 날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독재에 저항했던 정신을 다시 그 잔존세력에게 돌려야 한다. 헐뜯고 비방하는 무리들에게 물러섬 없이 맞서야 한다.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차근차근 5·18을 알려야 한다. 함께 나누고 항쟁기간 단 한건의 절도도 없던 그 고귀한 공동체 정신을 전국 곳곳에 알려야 한다.
부서지고 사라져버린 사적지를 다시 복원하고, 그 날의 이야기를 예술로 재생산해야 한다. 광주 어디에서도 5·18을 느끼게 하고 또 다시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해야 한다. 그 날을, 그 순간을, 그 슬픔을, 그 분노를, 그리고 그 벅차오름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한다.
이제 5월은 끝나지만 광주정신은 끝나지 않았다.
아울러 그것을 이어가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임을 6월을 맞아 가슴에 새겨두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