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 토지 재분배 균전론 주장 개혁·위민사상 실천 광주매일신문·KCTV광주방송·광주시 공동기획 |
| 2013년 06월 14일(금)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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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을 바라보고 있는 담양은 녹색문화와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가 풍부한 고장이다. 자연그대로 원형의 생태계를 간직하고, 선인들이 남긴 찬란한 문화유산이 숨 쉬는 곳이다. 수려한 자연환경, 떡갈비, 대나무, 슬로시티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은 담양은 면적이 큰 편은 아니지만 수많은 관광지와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특히 슬로시티가 있는 담양 창평은 급박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들, 되돌아 볼 시간 없이 앞만 보며 가는 이들에게 삼지내 마을의 돌 하나, 나무 하나가 말을 건넨다. 시간도 쉬어가는 슬로시티 삼지내 마을에서 잊고 있었던 삶의 의미를 일깨우다보면 어느새 한국 고유의 문화에 젖어 들게 된다.
이 창평 슬로시티에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석헌 류옥(1487-1519) 선생이다. 조선 중기 호남인물 중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선생과 가까웠던 눌재 박상(1474-1530)선생은 석헌에 대해 이렇게 극찬했다.
‘영감께서는 진실로 뛰어났고 나와 가장 교분이 깊었다. 일찍부터 문장이 우뚝하였으며 일생을 충효로 살았다. 대과에 으뜸으로 합격하고 발탁되어 광명한 임금의 경연에 입시하였는데 땅의 천리마처럼 빼어났고 가을 하늘의 세찬 매처럼 치달아 올랐다. 붓에서는 누에고치 3만개가 실을 뽑듯이 줄줄이 이어지고 가슴속에는 군사 5천을 간직하였다. 도량은 구주의 땅이 비좁고 말씀은 호방하여 맑은 전하를 터놓은 듯 하였다. 세상 따라서 어찌 흔들릴 수 있었겠는가. 마음가짐은 쇠보다 더 굳은데 일찍이 혼자서 넋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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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때 사간원 정언이 되어 각 관아에 많이 설치된 도적을 지키는 여막에 대한 폐단을 논하였다. 당시 대사헌 안당과 함께 홍경주가 사사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을 아뢰고 시정을 촉구했다. 이는 홍경주가 그의 딸 희빈을 앞세워 사리사욕 채우는 것을 막고자 한 것으로 석헌 선생은 4-5차례 임금에게 부정한 부분을 아뢰지만 임금은 가납하지 않았다. 당시 홍경주는 정국공신이었고 희빈의 아버지였지만 선생은 이러한 세력들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잘못을 지적하였으니 이로부터 정국공신들과의 틈이 생기고 나중에 삼인대 상소를 올림으로서 그들과 완전히 대립하게 된다.
이후 석헌은 무안현감, 홍문관 수찬 사간원 헌납, 사간원 지평을 지냈다. 그러나 담양부사 박상, 순창군수 김정과 함께 반정공신 박원종 유순정 성희안의 죄목을 상소했다가 유배되었다. 그리고 2년뒤 1517년 다시 함경북도 평사가 되어 폐단을 바로잡고자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백성들의 피해를 막아야 하며 조정의 사치를 금할 것’ 등을 낱낱이 고한 5조의 상소를 올렸다.
1518년 사헌부 장령이 되었을때 석헌의 개혁정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조강에서 조정의 법을 준수해야 하고 가벼이 바꿀 수 없지만 시대의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고치는것이 마땅할 것이니 이를 변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점진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급진적인 변법이 아니라 시세에 따라 개혁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
석헌은 1519년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달리 했다. 조정에서는 참찬관 윤자임의 요청으로 전라감사에 명하여 부의를 보내고 호상하도록 하였다. 비록 생은 짧았지만 석헌 선생이 일대기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의리정신과 경세사상, 문학사상이다.
석헌선생은 당시 군주와 신하 뿐 아니라 모든 백성, 만물에 이르기까지 참다운 도가 행하여지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조정은 정국공신들의 천하가 되어 있었다. 석헌은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원동력을 일으키고 국맥을 영원하도록 하기 위해 올바른 질서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여겨 위에서 아래까지 도(道)가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선생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 ‘신비복위상소’였다.
여기서 중종반정에 대한 상황을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성종에 이어 다음 보위에 오른 연산군은 성종의 장자로써 폐비윤씨의 아들로 무오사화(무오년 1498년)와 갑자사화(갑자년 1504년)로 지식 있는 많은 선비를 한꺼번에 처참하게 살해하였다. 연산군과 진성대군은 이복형제로써 중전 신씨는 신수근(당시 좌의정)의 여동생이었고, 진성대군의 처인 신씨는 신수근의 딸이었다.
박원종(지중추부사), 성희안(이조참판)등이 반정을 위하여 모의할 때 신수근에게 함께 동참할 것을 권했으나, 처남인 연산군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임금자리에 있고 반정에 성공하면 사위인 진성대군이 임금의 권좌에 오를 수 있지만,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조정의 제2인자가 되는 위치에 있으므로 인하여 반정에 가담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사료된다. 반정에 감담하지 않은 부친 신수근과 숙부인 신세영 형제를 박원종 등 반정공신들이 살해하게 된다.
그후 반정공신들의 역성혁명 성공으로 진성대군이 다음 보위에 올라 중종이 되지만, 반정공신들은 중전인 신씨의 후안이 두려워 폐비시킬 것을 강력히 주청 드렸으나, 중종은 조강지처를 내칠 수 없다고 승낙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정공신인 박원종 등이 중전신씨(중종의 부인)를 폐위시킬 것을 주청드렸으나 중종이 중전을 폐위시키는 것을 처음에는 승낙하지 않았다가 7일 후 조정 중신들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은 중전 신씨를 폐비시키게 된다.
부모 형제가 처참하게 살해된 폐비 신씨는 오고 갈데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어 하성위 정순조(鄭順組)의 집으로 강제로 쫓겨가는 비운을 맞게된다.
석헌선생은 상소의 첫머리에서 ‘제왕으로서 하늘의 뜻을 이어서 인간의 지극한 도를 세우는 방법은 처음을 올바로 하는 것으로서 근본을 삼지 않음이 없다’고 주장하고 ‘군주란 하늘의 의지를 이어 인간의 질서를 세우는 존재임으로 천도를 계승하여 인도를 확립하는 것이며 이를 올바로 하는 것이 시작을 바로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군주의 도는 수신제가에서 출발한다는 부분이 이색적이다.
‘임금의 교화가 안방에서 시작되어… 지아비는 지아비다울 수 있었고 지어미는 지어미다울 수 있었으며, 아들은 아들답고 임금은 임금다웠으며 신하는 신하다울 수 있어서 천지가 올바로 되고 만물이 화육될 수 있는 것이다’
석헌의 의리정신이 인간으로서 추구하여야 할 올바른 삶을 실현하는 것이라면 경세는 경국제세로서 나라를 바로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일인데, 석헌선생이 이끌었던 기묘사림들의 도학정신은 ‘지극한 도의 실현을 통해 나라를 바로 잡고 백성을 구하고자 했던’ 경세사상의 발현이었다.
석헌선생의 경세정신은 여러 측면에서 발현되었는데, 첫째 백성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균등한 부를 실현하기 위해 토지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실현하고자 균전론과 한전론을 주장했다. 선생은 토지 겸병 폐단을 지적하면서 ‘백성을 구휼하려는 교시를 아침저녁으로 내렸으나 백성들의 가난하고 쇠잔함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 신이 생각해보니 백성들은 조상이 물려준 토지라도 가난하게 되면 모두 팔아서 없애게 된다. 그래서 부유한 자들은 토지가 천백을 연하고 가난한 자들은 송곳을 꽂을 땅조차 없어서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 지금보다 더 심하 경우가 없다.’며 토지 제도 개선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논했다. 조정 대신 대부분이 지주였던 당시 토지에 대한 논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대에 대한 절실한 책임, 백성에 대한 연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석헌 선생이 관직생활을 하면서 베푼 위민의식은 대단하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폐단은 한 순간도 참지 못하였고 나라를 지키는 병졸들을 사사로이 부리고 괴롭히는 일 또한 엄하게 금하였다.
사람이 간직한 어진 마음을 올바른 행의로 실현하는 것이 의리이다. 선생은 어진 마음에서 부모에 효도하고 군주에 충성하였으며 이를 의리로서 실천하고 그 마음으로 백성을 다스렸고 또한 선정을 베풀었으며 그 정신으로서 문학세계를 이루니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조굴원부’ ‘사청사우음’ ‘추성부’ 등에 잘 담겨있다.
무등산 정상이 흘려보내는 물을 먹고 자란 석헌선생의 의로운 정신은 오늘날 광주정신과 그 맥이 통하고 있다.
/글=남성숙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