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100만 서명에 담긴 불편한 진실 취재수첩

2013년 07월 05일(금) 00:00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발생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방침과 일부 보수 사이트와 종편의 5·18 폄훼·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5·18 역사 왜곡 대책위원회’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 장휘국 시교육감, 광주 지역 국회의원, 5·18 단체, 법조계, 시민단체, 지역 소재 대학 관계자 등 총 378명이 참여하는 대책위는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 기념곡 지정 추진위’, ‘5·18 역사 왜곡 시정 대책위’, ‘5·18 정신 계승·선양위’ 등 3개 분과로 운영중이다.

대책위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5·18의 폄훼·왜곡정도가 심각한 네티즌과 종편 방송 출연자 등 10여명에 대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정치권의 결의안 통과로 국가보훈처가 결국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추진키로 하는 등 속도감 있는 결과물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위해 지난 5월28일 시작된 서명운동은 5·18 대책위 활동 성과의 정점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온라인, 오프라인, 전국 각지의 자원봉사에 의한 서명 등 3가지 방법에 의해 한달여 만에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진한 아쉬움은 남는다. 광주지역 중심의 대책위가 출범하면서 자칫 ‘광주 대 전국’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져 80년 5월처럼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본지 5월28일자 1면>이 서명지에 그대로 투영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지난 3일 100만명 돌파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날 현재 100만6천862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95.7%인 96만3천568명은 광주지역 219개 기관·단체에서 시민에게 받은 서명이다.

전국적인 서명은 125개 기관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서명 3만8천771명과 전국 각 지역 자원봉사자 54명을 통해 받은 서명 4천523명 등 4만3천294명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온라인은 광주 이외의 단체가 민주당 중앙당 홈페이지 단 1곳이며, 자원봉사자 중 10명은 광주사람이다. 광주시는 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고무됐지만 이는 광주시민 중심으로 이뤄진 셈이며, 광주 중심으로 꾸려진 대책위의 지역적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5·18 대책위 출범 이후 온라인에서의 폄훼·왜곡 현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광주와 호남, 광주민주화운동을 곡해하는 세력은 존재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온라인에서 전라도와 5·18을 비하하는 글 수천건을 게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호남과 5·18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전국적이며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대책위의 전국화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전국의 민주화운동사업회는 물론 5·18에 우호적이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유명인사의 대책위 참여가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다./moon@kjdaily.com 정성문
정치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