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 정유재란 당시 일본 포로생활 ‘금계일기’로 남겨 광주매일신문·KCTV광주방송·광주시 공동기획 |
| 2013년 07월 12일(금)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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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도 둘레길이 있다. ‘무돌길’이란 걷기 길이다. 무돌길이란 의미는 ‘무등산을 한 바퀴 돌아가는 길’이다. 1910년대 제작된 지도를 바탕으로 길을 찾아 나섰다. 옛 선조들이 재를 넘어 장을 보러 가고, 시집·장가를 오가던 길을 지도상에서 찾아 연결한 것이다. 최소 100년에서 500년 이상 된 길이라고 봐도 된다고 장담한다. 무돌길의 특징을 수직적 등산길이 아닌 수평적 문화유산의 길이고, 무등산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둘레길이고, 무등산 자락 전통마을과 재를 넘어 이루어지던 소통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길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전통생태문화의 길이고, 어디에서나 진출입이 가능한 개방된 길이다.
무돌길은 총 15개 코스 51.8㎞다. 51.8㎞는 광주 5·18을 상징해서 거리를 정했다고 한다. 광주 북구 9㎞와 동구 10.8㎞, 전남 담양 11㎞, 전남 화순 21㎞ 총 4개 지자체를 지나, 크게는 4개 구간이 된다. 2009년 9월 무돌길 추진위원회가 발족된 이후 2010년 3월부터 본격 조성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2010년 10월2일에 광주 동구 구간 첫 개통식을 가진 데 이어 10월10일에 북구 구간 개통식을 했다. 이듬해인 2011년 7월엔 담양 구간, 11월엔 화순 구간을 개통함으로써 총 51.8㎞의 무돌길을 모두 개통한 것이다. 2012년 문화부로부터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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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길은 우리 선조들이 조선시대 의병활동 때 다녔던 풍암제에서 제철유적지까지의 옛길을 문화탐방코스로 재현한 것. 의병길 중간에는 풍암정 치마바위 사당소(瀉塘沼) 무등산장 제철유적지 등 역사적 사실과 전설이 서려 있는 문화자원들이 있어 탐방객들에게 새로운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철유적지는 광주시기념물(제21호)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간행된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에 철이 생산됐던 곳으로 기록된 역사유적지로 꼽힌다. 임진왜란 당시 광주 출신으로 이름을 떨친 의병장 김덕령 장군(1567-1596)의 누나가 치마로 감싸 안아 올렸다는 전설이 깃든 치마바위도 유명하다. 1970년대 광주권 신혼여행지로 추억이 서린 무등산장도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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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계일기는 저자 금계 노인(錦鷄 魯認 1566-1623)이 정유재란때 남원성 전투에서 왜병에게 붙잡혀 일본에서 2년동안 포로 생활하다 명나라 사절단의 배로 도주하여 북경을 거쳐 귀국하게 된 경위를 일기로 적은 책이다.
이 책은 선조32년(1599) 2월22일부터 그해 6월27일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당초에는 남원성 전투에서 왜병에게 붙잡힌 경위부터 고향에 돌아올 때 까지의 기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귀국 후 따로 정리해 둔 것으로 생각되는 용사부의록과 주환록으로 정리되어 200년 뒤 그의 7세손 등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금계집 속에 수록되어 전후의 자세한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금계 노인(錦鷄 魯認)
조선 중기 조정에는 새로운 이상정치를 펴 나가자는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들 이상정치론자들이 기초로 하고 있는 이론은 도학사상이었다. 불의를 미워하고 의리를 숭상하는 운동. 정통성을 해치는 사욕을 근절하는 운동. 공론을 일으켜 선비의 원기를 배양해 국가의 기강을 확립하려는 운동이 그것이었다.
개혁과 보수가 맞물려 끊임없는 당쟁을 치렀던 조선 중기. 이런 국가 위기 상황에선 호남 선비 활동 중 가장 돋보인 부분이 의리와 절의의 실천이다. 한낱 평범한 학자로 있다가도 국란을 당하면 붓을 던지고 화살을 들었던 많은 선비들이 있었다. 이들중 ‘간양록’의 저자 강항 선생과 쌍벽을 이루었던 금계 노인 선생의 절의정신은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금계 선생은 어려서부터 김인후 등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하면서 국란이 있을 것을 예감하며 병서를 섭렵, 방어책을 연구하는 등 무예를 닦았던 특이한 선비였다. 아니나 다를까 임진왜란이 터지자 권율 휘하에 들어가 행주대첩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왜는 끊임없이 한반도를 노략질해왔다. 정유재란이 났다. 호남은 위기에 빠졌다. 남원성도 함락됐다. 명나라 장군들은 모두 도망갔다. 금계는 적병을 만나 작은 수의 의병으로 싸우다 짙은 안개 때문에 화살을 맞고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때 왜적의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가 포로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이듬해 정월 15일 명나라 대사와 무안에서 잡혀온 서경춘 및 다른 포로들과 몰래 배를 타고 밤 강어귀를 나가다가 일본군에 발각돼 버렸다.
“빨리 죽여라. 임금도 어버이도 업수이 여기는 도깨비 고장에서 어찌 살기를 바라랴.”
크게 꾸짖으며 굴복하지 않자 왜인들도 기가 꺾였다. 왜승 희안이 그 충렬에 감복, 고기반찬을 제공하였으나 아버지와 임금의 생사를 모르는 죄인으로 자처하고 먹지 않았다. 희안은 감복하여 금계가 요구하는 일본의 풍토기, 지도 등을 제공하는 등 갖은 친절을 베풀었다. 금계는 일본산천의 험함과 허실을 기록, 고국에 보내 정보를 제공하고 귀국을 도모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상정치에 대한 꿈, 나주를 중심으로 한 후배양성, 연구 검토해 쓰고자 한 성리학에 대한 책들. 전쟁의 불속에 이 모든 희망을 던져버리고 불행으로부터 조국을 건지려는 한 선비의 지난한 몸짓이었다.
포로가 됐다 해서 실망하거나 기가 꺾이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니 도와주려는 일본인·명나라 사람이 많았다. 포로생활 2년째 명나라 간천사 임진혁의 도움으로 2차 탈출을 시도했다. 일본을 탈출하여 중국행 배를 탔다. 곧바로 명나라 복건성 항구인 민에 도착했다. 명나라에 얘기해 일본을 내쫓기 위해서다. 금계는 중국 황제에게 소를 올려 시문의 재주를 인정받아 주회암서원에 들어가 중국학자들과 강목, 춘추시서를 토론하였다. 중국 여러 학자들이 탄복해 ‘노선생은 동양의 해동부자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금계는 3년 5개월을 중국에서 보내고 1599년 한양에 도착했다. 한양에 와서도 끊임없이 선조에게 수계책을 올려 일본을 영원히 물리칠 전략을 제시하였다. 고향에 내려와선 부모의 묘에 3년 추복하고 권무과에 들어 선전관이 됐다. 이듬해 통제사 이경준과 당포로가 일본의 잔병을 격파하자 선조는 직접 승전도를 내려주었다. 선조는 그의 전과를 높이 사고 수원과 옹진 두 진의 책임을 맡겼다. 같은 해에는 다시 수군절도사가 되었으나 정인홍의 모함으로 군산으로 좌천되었다가 병 때문에 사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별세했다.
그가 쓴 ‘금계일기’는 현재 보물 311호로 지정돼 있다. 이 일기는 선조 32년 2월 일본에서 탈출을 기도하는데서 시작하여 명나라에서 본국 송환을 청원하고 그 하회를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6월27일에 끊겼다. 주요내용은 명에서의 견문과 여러 학자들과의 대화, 중국의 여러 제도와 풍속 몇 편의 시가 담겨있다.
결국 금계가 꿈꾼 이상 국가 실현을 위한 대안은 아는 것의 실천이었다. 말하고 생각하고 시시비비 하기 전에 먼저 행동하는 것을 몸소 보여 주었다./글=남성숙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