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 강직한 언동에 학문수행 정진한 호남선비의 표상 광주매일신문·KCTV광주방송·광주시 공동기획 |
| 2013년 08월 02일(금)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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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무등산이 전국을 넘어 세계인들이 찾는 명산으로 우뚝 서고 있다. 광주시가 무등산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옛길과 무돌길 복원, 순환버스 운행, 정상 개방 등을 시행하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국립공원 지정,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도 함께 추진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무등산 옛길 복원사업’은 시민들에게 선조들의 옛 문화와 정취를 느끼면서 사색할 수 있는 색다른 산책길을 제공하고, 증심사지구에 탐방객이 몰리는 편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2008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옛길 중 평지를 걷는 듯한 숲길로만 조성된 1구간(산수동-원효사)은 황소걸음 길, 소금장수 길, 김삿갓 길, 장보러 가는 길 등 설화 전설이야기가 있는 길로 꾸며져 호기심을 자아낸다. 2구간(원효사-서석대)은 천혜의 자연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무아지경 길이다. 2010년 7월 개방된 3구간(장원삼거리-가사문화권)은 차량소음 없이 능선을 따라 전문 등산객이 선호할 나무꾼 길과 숲, 계곡, 들판을 지나 가사문화권까지 가는 역사 길로 역사체험, 정자문화체험, 농촌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는 2009년부터(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와 공동으로 100년이 넘은 고지도, 문헌, 현지조사를 통해 무등산 자락의 마을과 마을을 이었던 노선을 찾아 무돌길 51.8㎞를 발굴·개방했다. 동구 구간(광주역 중흥삼거리-화순 너와나 목장, 14.8㎞)과 북구 구간(각화중-담양 독수정, 12㎞)은 2010년 10월 개방됐고, 담양 구간(담양 독수정-무동리, 8㎞)은 지난해 7월 방문객을 맞았다. 이어 지난해 11월 화순 구간(담양 무동리-화순 중지마을)이 개방됨으로써 무돌길 전 구간이 완성됐다.
무등산 옛길과 무돌길은 각 길마다 특유의 자연경관과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져 전국에서 탐방객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시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탐방기 공모, 스토리텔링 작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히 무등산 순환버스는 옛 추억이 있는 버스안내양을 대신해 무등산 및 무돌길을 해설하는 전문해설사가 배치돼 있다. 무등산과 관련된 전설, 역사, 등산 코스 안내와 함께 시 관광자원에 대해서도 구수한 입담을 통해 들을 수 있다.
현재 광주시는 무등산 주상절리대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지난 2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상절리는 화산활동의 산물인 마그마가 식을 때 사각형 내지 육각형의 형태를 갖추며 식어 풍화작용에 의해 드러나 보이는 것으로 대부분의 주상절리대는 그 암석이 현무암인데 비해 무등산의 서석대와 입석대 등은 안산암으로 특이한 것이다. 또 다른 곳의 주상절리가 파도와 같은 물에 의한 침식의 결과인데 비해 무등산은 주빙하기후환경에서 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오늘날 지형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등산은 민주와 인권, 평화라는 광주정신의 상징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무등산이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려면 무등산 속에서 살아온 역사인물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 만나고자 하는 광주 선비 안촌(安村) 박광후(朴光後) 선생도 그런 분 중에 하나다.
안촌은 효종·숙종 때의 선비로 그의 나이 삼십세에 성균진사에 합격하여 당시의 여러 어진이와 깊은 교류를 나누고 또 그의 마음이 정대하여 조금도 불의에 굴하지 않은 투철한 선비였다. 본관은 순천이며 자는 사술(士述)이다. 광주의 아산리(현 광주 광산구 비아 도촌동)에서 1637년 6월2일 출생했다. 안촌은 병자호란 때에 의병을 일으키어 북상출정한 진사 칠졸재 박창우의 손자이며 박천용의 아들이다. 명성에 비하여 상세한 문헌자료가 많지 않으나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하여 볼 때 어려서부터 학문에 정진하여 학식이 높고 밝아 호남선비들의 사표가 되었다. 공은 약관에 기호학파의 총본산인 우암 송시열, 동촌 송준길의 문정에 첫 길을 터서 조선중엽 이후 침체했던 호남학계에 선풍적인 학풍을 또다시 일으키게 한 거대한 횃불이었다.
파선동만파흥(波先動萬波興)의 선봉이었고 연이어 백봉 정상용, 검암 박치도, 우헌 박상현, 잠악 박상진, 손재 박광일, 백야당 박광원, 쌍매당 박광오, 사탄 박광선, 학유 박광윤, 소은 박중회, 현강 유승, 박상지, 담락 민사하, 시암 박영림, 고두경, 유한징, 고가성 등 쟁쟁한 남도의 학자들이 학통을 계승하면서 후세에 이어주었다.
특히 을사사화로 우암 송시열 선생이 유배를 당하자 안촌 선생은 광주 나주 장성의 세 고을 유생들과 널리 연대하여 스승의 구명운동을 펼치다가 혹독한 옥고까지 치렀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1677년 손재 박광일 선생과 함께 감시도 두려워하지 않고 장기해변(현 포항부근)에 위리안치중인 스승을 찾아 위문하고 순천 박씨 최의 족보서문을 부탁하고 돌아왔다. 이로 인하여 다시 한번 옥고를 치를 뻔했으며 그 이듬해 1678년 12월15일 42세 장년의 나이로 안청동 외성당에서 작고했다.
우암 송시열은 부음을 듣고 계사보서문 ‘순천 박씨 족보의 서문’과 안촌공의 묘비문을 보내왔는데 묘비 문에는 다음과 같이 이렇게 썼다.
“한번은 그가 천리 밖에서 나를 찾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 그 말을 들어보니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며 정신이 바짝 깨는 듯했다. 내가 사화를 당해 해변에 묶여 있을 때 그는 몇 사람과 함께 나를 찾아주었다. 그 바로 전에 모진 옥고를 겪었건만 그 기개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그를 은산철벽(銀山鐵壁)과도 같은 선비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렇게도 허망하게 가고 말다니, 귀신도 무정하구나. 정승문곡(政丞文谷) 김수항도 나를 위로하는 편지에서 호남에서 이 사람을 잃었다고 그의 죽음을 애통해 마지않았으니, 그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사람임을 알겠다. 말년에는 더욱 학문에 전념해 한량없는 기대를 했더니, 이 아름답지 못한 시운 속에 그처럼 고결한 성품의 그대가 어찌 죽지 않고 배기겠는가, 아아, 이제 사술은 갔다. 이 세상에 어디간들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으랴…”
그리고 비문 끝에 “아아 사술, 그 모습은 늠름했고 그 언동은 강직했다. 그리고 행실은 떳떳했고 그 의지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성현의 가르침과 학문수행에 힘써 나가다 중도에 꺾이고 말았으니 천도가 망망하구나 아아 사술이여, 그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어도 그 투철한 선비정신은 영구토록 빛나리라”고 적었다.
그 후 안촌이 타계한지 11년 후 1689년 기사사화 때 우암은 제주도로 유배가는 도중 안청동 부근을 지나게 되자 안촌의 고택인 외성당을 찾아 감회를 적고 애절한 시 한 수를 남겼다. 그 뒤 약 200년 후인 1879년 면암 최익현이 유배지 흑산도에서 해배되어 상경도중 안촌의 고택을 방문하여 외성당 방문기(訪問記)와 시 한 수를 남기시어 이 내용이 최익현 문집과 순천 박씨 족보에 지금도 전해오고 있다.
/글=남성숙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