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남’에 웬 ‘시멘트공법’인가 취재수첩 김재정 정치부 차장/j2k@kjdaily.com

2013년 08월 30일(금) 00:00

전남도의 홍도항 동방파제 축조공사 턴키 설계 평가를 놓고 도청 안팎이 시끄럽다. 1순위로 선정된 ㈜한양의 설계에 대한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고 있다.

탈락 업체들이 이의 신청 기간에 ㈜한양의 설계가 문제가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무더기로 이의를 제기했다.

논란의 핵심은 입찰안내서 위반으로 인한 설계 부적격,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SCP 공법 적용 명시) 위배, 지반처리 공법 차이, 주민 민원 발생 우려 등 부지기수다.

이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한양의 설계가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도 토목직 공무원들도 환경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문 부호를 던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전남도가 타 지자체에 비해 유독 ‘친환경’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천연보호구역이자 국립공원지구인 홍도에서의 환경 문제는 주민 민원 등 다각적인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전남지역 공사에서 환경 문제로 인한 주민 민원으로 공법 자체가 변경된 전례도 2건이나 있다.

이와 달리 실제 설계 평가에서는 전남도 공무원 1명과 교수 1명으로 구성된 환경분과 심사위원이 ㈜한양의 설계에 각각 1·2순위 점수를 줬다. 그 배경은 뭘까. 정말 궁금하다.

그런데도 전남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심사위원의 판단인 만큼 도정의 큰 원칙은 물론, 평가 과정의 작은 원칙조차 무너져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건 왜일까.

과거 턴키 결과를 보더라도 이의 신청을 통해 1순위 업체가 뒤바뀌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순위가 엎어지는 순간 심사위원들과 전남도가 평가 과정에 잘못이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될 테니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원칙의 문제다. 탈락 업체들이 동일한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결국 원칙을 바로 세우자는 의도일 터다.

뒤틀어진 원칙을 바로 잡지 않는 한 향후 이뤄질 전남도의 턴키 발주 공사에서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 2004년 첫 취임 이후부터 친환경농업과 친환경축산, 친환경건설 등 친환경에 사실상 ‘올인’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 발생 우려를 이유로 적조 방제용 황토 살포까지 금지하는 소신을 보이며 중앙정부와 맞서기도 했다.

3선에 성공하며 지난 9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친환경’을 부르 짖어온 박 지사가 이번 홍도항 동방파제 설계 평가 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갖게 됐을지 정말 궁금하다.

만일 박 지사가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이 역시 심사위원들과 같은 주관적(?) 판단인지, 아니면 자신의 친환경 소신을 버린 것인지 묻고 싶다.

반대로 박 지사 스스로 ‘평가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원칙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는 게 도백으로서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단언컨대, 어떤 일이건 원칙이 무너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그게 행정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j2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