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공천제 폐지는 시대 요구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
| 2013년 11월 14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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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제 폐지를 정식으로 실시하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간 공감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전당원투표를 실시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새누리당은 미적대는 분위기다. 8월말까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당론을 정리하기로 했지만, 이미 기한이 지났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치러지면서 비로소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2년이 흘렀다. 그러나 성년을 넘긴 지방자치제는 아직도 미숙아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취약점은 지나치게 낮은 재정자립도다.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8년 53.9%에서 올해는 51.1%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더 답답한 것은 재정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지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정과 사무가 중앙정부에 예속된 예속 자치다.
더군다나 주민 삶의 질과는 무관한 호화 청사 논란, 주민 의견을 외면한 대형 프로젝트 추진 등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아지는 데도 행사나 축제성 경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의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데도 행동강령 제정을 통한 자율통제는 몹시 소극적이다. 이런 지적들을 귀담아듣고, 스스로 구각을 탈피하려는 시도 중 하나가 정당공천제 폐지다.
세상은 변해가고 지역민의 정치 수준은 성장하고 있지만 정치권만 예전의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지방선거때마다 정치권이 보여주는 밀실공천, 공천헌금, 보스 계파정치, 색깔론, 정당공천제 때문이다. 이중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장 암울하게 만드는 정치적 오류로 정당공천제를 지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중앙이건 지방이건 대의기구는 집행부를 견제해 국민과 지역의 혈세가 적절하게 사용되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국회나 광역이나 기초단체장이나 의원들이 모두 정당공천제와 지역색으로 양산된 일란성 쌍태아라면 누가 누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가?
지방자치 22년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를 토착시키고 지방의 언로와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입법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지방정치인이 공천권자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은 물론, 공천권자인 지역 선량들의 호주머니만 배불리게 해주는 치명적인 신종 정치풍토병을 유발시켰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뿌리째 썩어들어 가고 있는 주범인 셈이다.
현재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내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우리나라의 정치구조가 정당제를 기본으로 한 대의정치라는 점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를 폐지하면 스스로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열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문제가 많았음을 인정하기 때문에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두 후보 모두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민주당 새누리당 모두 공약했던게 아닌가.
당장 호남을 보자. 지방자치 22년 동안 기초의회·광역의회·국회의원까지 민주당이 20년 이상 싹쓸이 했지만 호남이 발전했는가? 인구는 날로 줄어들어 충청도 보다 적어 영·호남 구도까지 깨졌다. 재정자립도는 형편없이 추락해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20년 넘게 호남자치를 한 결과 다른 지역에 비해 무엇이 좋아졌는지, 왜 호남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는지, 깊이 성찰해본 적 있는가? 왜 민주당에 충성도가 강한 호남 사람들이 안철수 신당이라는 대안정당에 높은 지지를 보내는지 아는가?
오죽 폐해가 크고 실망이 컸으면 정당공천제를 페지하라 하겠는가. 지난 대선에서 양당 모두 스스로를 부정하는 공약인줄 알면서도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건 이유를 다시 숙고해보기 바란다. 물론 정당공천제 폐지로 인한 부작용도 있으리라. 그러나 유지하고 있는 동안 일어난 폐해만 하겠는가. 정당공천 폐지가 야기할지도 모르는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국민의 여망이자 호남인의 생각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빠른 시일 내에 양당 합의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국회의원의 눈높이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눈을 맞추고 지방자치 본래 목적달성이 가능하도록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꼭 폐지돼야 한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시대적 요구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