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낯 두꺼운 지방의원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3년 11월 21일(목) 00:00

최근에 광주 남구의 한 구의원이 수억원의 장기요양 급여비를 허위로 작성해 착복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의원은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를 근무한 것처럼 허위 등록,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비를 챙겨왔다.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 급여를 준 것처럼 꾸며 인건비를 가로채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광주의 한 기초의원은 밤에 야한 동영상 메시지를 수십명의 지인에게 보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른바 야동이라 불리는 포르노 사이트와 연결해 그룹채팅으로 50명에 이르는 인원을 초대한 것이다. 이중에는 집행부 공무원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그룹채팅에 초대된 인원 중 10대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름도 존재했다.

지방의원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방의원의 비리연루는 어제 오늘의 일 아니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매달 의정비는 꼬박꼬박 챙기고 공짜 해외여행까지 누릴 건 다 누리면서 비리까지 저지르는건 기만을 넘어 주민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

최근까지 비리행위로 처벌된 지방의원은 광역 71명, 기초 155명 등 총 226명에 달한다. 지방자치의 연륜이 깊어갈수록 오히려 의원들의 비리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광주·전남 지방의원의 비리행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렵다. 각종 지자체 공사에 관여해 거액의 사례비를 챙기는가 하면 한 지방의회 의장은 농업용 면세유를 불법유통시켰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해외연수비를 과다하게 수령했다가 말썽이 나자 반납한 지방의회도 있다. 더욱이 일부 의원은 반납한 연수비를 다시 받아 해외여행을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또한 집행부에 인사청탁을 했다가 들어주지 않자 입에 담지 못한 폭언을 해 말썽을 빚은 의원도 있다.

지방의원의 비리연루는 지방의회의 수준을 대변한다. 주민대표로 모범을 보여야할 이들의 범죄율이 국내평균범죄율(4.3%)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범죄유형도 뇌물, 사기, 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만연돼 있는 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방의원도 국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분명한 공무원이다. 따라서 관련법에 따라 공무원행동강령 적용 대상자가 틀림 없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모든 공직자가 행동강령을 제정·이행토록 돼 있다. 물론 지역발전에 위해가 되는 잘못된 행정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바로잡아 이를 친 서민 정책으로 유동 할 수 있도록 집행부를 견제 감시 하는 역할은 맞다. 하지만 다른 이면에는 이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공무원과 똑 같은 국민의 혈세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방의원의 본분이 뭔가. 지역 살림살이를 잘 보살피는 것이다. 이를 망각하고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이권 개입에 개입하고 금품 수수 등의 비리를 대수롭지 않은 특권으로 여기는 것은 어눌한 권력 과시에서 기인한다. 결국 본연의 임무와 책임을 크게 이탈한 행위다.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보면 인사청탁 금지, 여비·업무추진비의 용도규정 준수, 이권개입 금지, 직무와 관련 금품·향응 수수금지 등과 같이 부패행위 예방을 위해 명시적으로 행위기준과 이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에 따른 위반시 징계 처벌을 받도록 되어있다.

광주·전남의 경우 대부분 지방의원이 민주당이 공천한 사람들이고 보면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매번 비리와 자질시비가 붙을 때마다 민주당은 어떤 자정노력을 하고 어떤 재발 대책을 내놨는지 궁금하다. 또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질이 평균 이하인 사람들에게 감투를 씌워줬는지도 궁금하다. 지방세로 공무원의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버거운 재정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정비를 대폭 올리거나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소인배를 지역 일꾼이라고 지명한 민주당의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보다는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엉뚱한 일에 열중하는 행태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지방의원들의 자질부족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 본연의 책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은 함량미달 의원에 대해서는 다음 선거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이 시점에서 지역 시민단체도 지방의회의 자정노력에만 맡기지 말고 의원들의 비리 행태나 성과 분석을 통해 지역민이 평가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지방의원도 스스로 주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공직자로서 제 할 일을 못했다면 반성하고 물러나는 것이 온당하다.

지방정치가 맑게 살아나야 지역이 발전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