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없는 ‘긴급현안질문’ 정성문 정치부 부장대우

2013년 11월 21일(목) 00:00

우리사회 뿐만 아니라 지구촌 어디에서든 ‘긴급’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면 긴장과 함께 주목을 하게된다. 아마도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 어떤 유전자를 ‘긴급’과 같은 단어가 자극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20일 오후 광주시의회 본회의장은 긴장감이 잔뜩 서려있었다. 시정연설에 나선 강운태 시장의 얼굴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 시정연설 이후 예정된 ‘긴급 현안 질문’이 한미합작투자사업(법인명 갬코)이기 때문이다.

국제사기 의혹으로 지난해 광주시정을 흔들었던 3D 컨버팅(3차원 입체영상 변환) 분야 한미합작투자사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는 ‘현안’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 ‘긴급’이라는 단어까지 더해졌으니 강 시장을 비롯한 시 전체 공직자와 언론의 시선은 본회의장을 향했고, 이어 홍인화 의원(민주, 북구4)이 질의에 나서자 일순 긴장감이 고조됐다.

최근 시민단체의 추가 고발로 소송중이던 갬코사건이 다시 한 번 부각된 상황에서 홍 의원이 긴급현안질문에 나서자 “뭔가 새로운 내용이 추가로 폭로되는 것 아니냐”하는 생각을 가져서다.

홍 의원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긴급현안질문에 나서게 됐다”면서 “갬코 관련 LA테스트는 광주시민과 시의회를 기망한 사기극이었고, 미국측 기업에 기술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추가 송금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안타깝다고 했는데 (나는) 답답하고 때로는 분노를 느낀다”면서 “홍 의원의 말은 1년전 시의회가 특별감사하고 감사원이 감사하고 검찰에서 수사를 해서 모든 사건이 정리돼 그중 일부 혐의에 대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 한 대목을 갑자기 들고 나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강 시장의 말처럼 긴급현안질문 내용은 지난해 광주시의회가 특위까지 구성해 이미 검증했던 사안으로 새로운 사실은 없고 지나간 과거를 더듬는 수준에 불과해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긴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심지어 동료의원이 질타하는 모습마저 벌어졌다.

신상발언에 나선 문상필(민주, 북구3) 의원은 “홍 의원이 한 시민단체와 같이 1년이 지난 갬코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재차 홍 의원이 신상발언에 나섰지만 적절한 답을 하지 못했다. 본전도 구하지 못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된 채 상황은 마무리 됐다.

갬코 사건은 조만간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광주시의 정책적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사법부의 몫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소송중인 사건이 시민단체와 시의원을 통해 재 부각되는 것에 대해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진실은 규명돼야 하지만 혹자들의 시각처럼 곡해돼서 해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팩트(Fact)’가 필요하다.

/moo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