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 비하’ 그만해라 제발···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
| 2013년 11월 28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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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몰상식한 전라도 비하 발언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심각하게 지역감정을 경험한 세대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10대 20대가 주로 쓴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전라도 비하 단어는 ‘홍어’ ‘슨상님’ ‘운지’ ‘까보전’ 등이다.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할 때 쓰이며, 슨상님은 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꼬는 뜻을 담고 있다. 운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까보전은 ‘까고 보니 전라도’라는 뜻으로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다.
이런 비하 단어를 쓰는 젊은이들은 영문도 모른 체 ‘묻지마 전라도 비하’를 하면서 비아냥거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전라도에서 전학 온 급우를 ‘홍어 냄새가 난다’며 집단적으로 따돌린 사례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 축제기간에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올 초 게임 전문 케이블채널에서는 한 선수가 닉네임으로 ‘북괴멀티전라도’라고 쓴 게 방송에 노출되기까지 했다.
그런가하면 대구과학고등학교 교지에 전라도를 비하하는 내용의 글이 실려 있는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된 적도 있다. 이 학교 교지 ‘왕대 20호’ 206페이지에는 ‘전라도’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내용은 대부분 전라도를 비하하거나 풍자하는 것이다. 저술자 A군은 전라도를 설명하면서 ‘전라민국이라는 말의 유래는 위대하신 김대중 해상방위대 전남지부 부대장이 경상도 중심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홍어의, 홍어에 의한, 홍어에 의한 공화국은 절대로 멸망하지 않는당께!를 외치며 만세 7창을 외쳤다’고 쓰고있다. 대구과학고는 홈페이지에 공지창을 띄워 사과했지만 씁쓸하기 그지없다.
정말 이런 쓰레기 글까지 표현의 자유라고 보장해줘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민주사회에선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고 역사를 왜곡하고 지역 인권을 침해하며 특정 집단을 매도하는 권리까지 보장하는 건 참다운 ‘표현의 자유’라 할 수 없다.
얼마 전 광주·전남에서는 전라도와 5·18비하 글에 대해 고소고발을 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돌입했다.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는 악의적 인터넷 댓글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광주를 향한 모욕과 비방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는 심히 우려하면서 절망하고 있다.
전라도는 지난 역사 속에서도 충분히 아팠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에게 극단적인 저질 욕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지역을 가르는 야유와 비난을 들을 이유가 없다. 누가 청소년에게 이런 오염을 촉발했는지 모르지만 ‘묻지마 식’으로 확산되는 지역감정은 전라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 5·18과 6월 민주항쟁의 피와 땀으로 얻은 표현의 자유로 자신과 다른 이들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건 부끄러운 짓이다. 인터넷 뒤에 숨어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시궁창 언어를 배후조종하는 어른이 있다면 천벌받아 마땅하다.
이 차제에 정부에 촉구한다. 지역감정 획책을 그냥 철부지 장난으로 보지마라. 심각한 국가 분란 획책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폄훼 발언이나 지역감정 부추기는 댓글, 발언에 대해 엄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전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도 지역감정·지역비하에 대해 적극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기성세대는 전라도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세력과 사람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그 청산작업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광란적인 ‘전라도에 대한 정신적인 강간’이 끝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