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후·기정진…‘호남의 文士’

2013년 12월 02일(월) 00:00

학문적 전통이나 업적에 있어서 호남은 뿌리가 깊고 찬란하다. 하서 김인후나 후대의 노사 기정진 같은 이들을 보자.

성리학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김인후(1510-1560)는 도학의 정통을 이은 사림의 영수라 할만 하다. 기하의 김안국, 조광조, 영남의 이언적, 이황, 조식 등에 비견된다. 하서는 도학의 이론적 탐구에도 일가를 이뤘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유명한 사단칠정논쟁에서 기대승은 언제나 김인후와 미리 토론해 확신을 얻은 다음에 퇴계를 논박했다고 한다.

송시열은 하서의 신도비명(神道碑銘)에서 ‘도학과 절의와 문장을 겸유한 인물로서 하서는 하늘이 도와 우리나라에 내려 주신 분’이라고 극찬했다.

김인후를 모신 필암서원(筆巖書院·사진)은 선조 23년(1590)에 그를 추모하기 위해 호남 유림들이 장성읍 기산리에 창건한 사우(祠宇)다.

조선말기 성리학 6대가로 불리는 유학자로 호남 사림을 대표하는 인물이 있다. 장성군 진원면 진원리에 위치한 고산서원(高山書院)은 노사 기정진(1798-1879) 위패가 있다.

기대승 또한 그의 조상이었다. 기정진은 과거에 급제한 후 많은 관직에 임명됐으나 모두 사퇴하고 학문 연구와 후학양성에 힘쓴 순수 재야유학자였다. 성리학을 독자적으로 연구, 주기론과 주리론의 극단적인 대립을 극복하고 유리론(唯理論)으로 통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기정진은 조선 고종 15년(1878)에 정사(精舍)를 지어 담대헌(澹對軒)이라고 하고 학문을 가르쳤다. 후손들이 1924년 이 자리에 중건했으며, 1927년에 고산서원이라는 편액을 걸어 오늘에 이른다. 현재 장서각에는 노사문집 목판 980매와 12책(1질) 등 전적과 유물이 보존돼 있다.

그는 비록 어렸을 때 천연두를 알아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었지만, 탁월한 학문으로 ‘장안의 만개 눈이 장성의 눈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는 칭송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