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힐링명소] 더욱 짙어가는 녹색의 카펫, 겨울에 만나는 자연의 신비 광주매일신문·광주평화방송·사랑방신문 공동기획 남도 힐링 명소를 찾아서⑭ 보성녹차밭 군데군데 눈꽃 그대로 남아 관광객 유혹 잘 조성된 삼·편백·주목·대나무 숲 산책 바다와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 신비 더해

2013년 12월 19일(목) 00:00

170여만 평의 차밭에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는 보성 녹차밭은 미국 CNN 방송이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에도 선정할 만큼 4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남도여행의 필수 코스다. 한 겨울로 접어들 무렵, 소리없이 내린 눈이 군데군에 남아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겨울에 찾은 녹차밭에는 연둣빛이 더욱 진하다. 지난 밤 소리없이 피어난 눈꽃은 순백의 미소로 반겨준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차를 생산하는 보성의 자랑거리다. 그만큼 유명세도 대단해 4계절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순수 자연의 상태로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선 평일의 오후가 좋다.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은 ‘술을 즐기는 백성은 망하고 차를 즐기는 백성은 흥한다’고 했다. 녹차는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연말연시 여러 모임으로 분주한 일상이지만, 하루쯤 통 크게 휴가를 내서라도 꼭 들려보길 권한다. 바로 힐링 1번지인 때문이다. 미국 CNN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 중 12번째로 선정, 보성 녹차밭을 한국 관광지 중 유일하게 포함키기도 했다.


◇지난밤 소리없이 핀 순백의 눈꽃

굽이굽이 밭 사이로 수백의 차나무가 펼쳐져 있다. 야트막한 능선을 휘감으며 긴 고랑을 따라 줄지어 서 오묘한 풍경을 연출한다. 단순하게 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정상으로 오른다.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득량만이 다가설 듯 가깝다. 다행히 맑게 갠 날씨 덕택이다. 더불어 녹색의 카펫 위로 따스한 햇살이 드리운다. 그러나 여기저기 잔설들이 가득하고, 바람소리 또한 거치니 엄동의 계절이 멀지 않았다.

보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차를 재배하고 있다. 차밭은 연간 강수량이 1천500㎜ 이상이고 통기성과 투수성이 우수한 풍화토양과 양토로 배수가 뛰어나고 토심이 깊으며 부식질이 많은 토질로서 가장 양질의 차가 생산된다. 현재는 1천64ha의 면적에 전국 생산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서기 389년 복홀군(보성)이 마한에서 백제로 통합되면서 차를 이용했다는 기록들이 보성군사 등에 전해진 것으로 미뤄 재배는 1천600여년 전으로 당시에도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성이 차 재배 적지로 알려지면서 1930년 후반기부터 농특사업의 일환으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2002년1월에 최초로 지리적표시 전국 제1호로 등록돼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바다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보성은 산과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3경(景)의 고장으로 불리운다.

◇“마음속 깊이 탁 트인 느낌” 탄성

매표소 옆 안내판이 있다. 주의 깊게 읽어봤다.

‘1939년 차에 대한 학술조사와 실지조사를 통해 보성이 차 생산의 적격지로 판단돼 봉산리 산기슭 일대에 시험 식재됐으나 해방과 한국전쟁 과정에서 모두 소실됐다. 1957년 폐허로 남아있던 시험재배 차밭과 활성산 자락 해발 350m 오선봉 주변의 민둥산에 대단위 차밭을 일구어 삼나무, 편백나무, 주목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목련나무 등 300만그루의 관상수와 방품림을 식재했다. 현재는 170여 만평에서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다정히 걷는 모녀가 보인다. “마음속 깊이 탁 트인 느낌이다”는 한마디를 내 놓았다. 고요의 세상이 너무나 멋지단다. 산에서 즐기는 바다의 정취까지 흡족해 했다.

남도 여행길에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보성 녹차밭만 보고 돌아선다면 서운할 수 있다. 은밀하게 감춰진 그 속살까지 들여다 보기 위해선 느릿느릿 걸어보자. 소소하게 조성된 산책 코스가 그것이다. 가져 온 차량은 주자창 초입에 세우는 것이 좋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삼나무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차밭을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편백나무 숲, 이어지는 진달래 숲, 또 주목나무, 단풍나무, 대나무 숲까지 일품이다.

20분에서 40분까지 관람코스가 있다. 그래도 1시간 정도 소요되는 4코스가 매력적이다. 매표소-삼나무길-분수광장-중앙계단-중앙전망대-향나무숲-차밭전망대-바다전망대-편백나무산책로-팔각정-주목나무숲-단풍나무숲-대나무숲-매표소로 이뤄지는 구간이다.

여행이란 곧 찍는 거다. 카메라에 자꾸 손이 간다. 아무도 가지 않는 혼자 지나온 길, 선명한 발자국 처럼 영상들이 가슴에 남았다.

무수한 차나무와 더불어 곳곳에 조성돼 있는 갖가지의 숲과 길 또한 발길을 잡아끈다. 사진 왼쪽부터 삼나무 길, 편백나무, 주목나무, 대나무 숲.

◇향기로 마시는 차 한잔에 황홀경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며 감칠맛이 나고 떫고 쓴 맛 등 5미(五味)가 분명한 녹차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네 인생사와 닮아 있다.

한 잔은 향기로, 두 잔은 맛으로, 세 잔은 약으로 마신다고 하는 차는 마실 때 손님이 적은 것을 귀하게 여긴다. 사람이 많이 떠들썩하게 되면 아름다운 정취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혼자 마시는 차는 그윽하다고 한다. 차를 알고 즐겨 마시다 보면 일상에 묻혔던 여유도 되찾게 된다.

전남도 남부의 중앙에 위치한 보성 하면 바로 녹차다. 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경관이 펼쳐진 녹차밭, 보고 또 봐도, 가도 또 가고 싶다. 곧 하얀 눈이 덮일 안온한 산비탈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나를 돌아본다.



■ 겨울 차밭, 빛으로 물들다

힐링 1번지 보성 녹차밭에서는 겨울이 오면 빛의 축제, 해돋이 행사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말의 해 희망을 기원하는 2014 빛축제는 모두 120만개의 화려한 LED전구와 조명을 이용해 말이 힘차게 달려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높이 150m, 폭 130m 크기의 대형트리를 설치하고 은하수터널, 봇재-다향각 경관 조명, 테마거리, 빛의 거리, 다양한 포토존, 다짐의 계단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점등식은 지난 13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올해 새 이벤트로는 소망카드를 달기 체험과 함께 작년 소망카드를 전시해 소망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내가 적은 소망메시지 찾아보기’ 행사도 실시중이다. 주말엔 상설공연을 마련해 낭만적인 겨울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빛축제는 내년 2월 2일까지 52일간의 일정으로 펼쳐지며 가족단위 여행객과 연인 등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겨울철 남도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사진=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