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도, 성냄도 찰나의 망상…山行에서 正道의 참뜻을 깨닫다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송년산행 모악산 불갑사

2013년 12월 25일(수) 00:00

순백의 설원을 오르고 내리며 마음속의 번뇌와 집착을 비우는 겨울산행은 ‘참 나’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수행이다.

보리암 정상에서 지용현 회장<오른쪽>과 허헌 등반대장.

오늘이란 하루는 끝이 없건만 오늘 한 번만 행한다는 생각에 악한 죄는 많아지고, 내일 내일하고 미루는 내일은 끝이 없지만 착한 일은 날마다 줄어들며, 금년이란 한 해가 다함이 없거늘 한없이 번뇌는 계속되고, 내년하고 미루는 내년은 끝이 없거늘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止動歸止 止更彌動 (지동귀지 지경미동)
絶言絶慮 無處不通 (절언절노 무처불통)
움직임을 그쳐 그침으로 돌아가면 그침이 다시 큰 움직임이 되나니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않는 곳 없다

3祖 승찬대사 ‘신심명’ 중의 일부 귀절이다.

왼쪽 발을 움직일 때는 왼쪽에 마음이 있고 오른쪽 발을 움직이면 오른쪽에 마음이 있는 것일까? 마음은 왼쪽 오른쪽 그 어디에도 있지 않으니 있다고 하는 그 마음이 마음을 만든다.
수많은 중생들이 불타는 집(火宅)에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삶 속에 끝없는 탐욕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며, 막는 사람이 없는데도 천당에 가는 사람이 적은 까닭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 번뇌로 자기의 재물을 삼기 때문이요, 유혹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삼악도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은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한 애착과 온갖 욕심을 망녕되게 마음의 보배로 삼는 까닭이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깊고 고요한 산 속에 들어가 진리의 도를 닦으려 하지마는 실행하지 못함은 세상의 달콤한 일들에 대해 애욕에 얽매인 탓이다.

영광 모악산 연실봉에서 송년산행을 기념하는 단체사진을 찍은 회원들.

마음속의 애욕을 모두 여윈 수행자를 사문이라 하고, 세상일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 한다. 도를 닦는 수행자가 호화스런 비단옷을 입는 것은 개에게 코끼리 가죽을 입힌 것과 같이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수행자가 이성에게 연정을 품는 것은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든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비록 재주가 있더라도 쾌락의 유혹이 가깝게 있는 세속에 사는 사람에게는 붇다께서 가엷게 여기는 마음을 내시고, 설사 도를 닦는 힘이 모자라더라도 수행하는 사람은 모든 성현들께서 그를 기쁘게 여긴다고 하셨다.

재주와 학문이 있더라도 계율을 실천하지 않으면 보배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려해도 길을 떠나지 않음과 같고, 비록 부지런하지만 지혜가 없는 사람은 목적지가 동쪽인데 서쪽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같음이다.

지혜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행위는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밥을 먹어 그 배고픈 창자를 위로할 줄 알면서도 진리의 불법을 배워서 어리석은 마음을 고칠 줄은 모른다.

계행과 지혜를 갖추는 것은 굴러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자기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은 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와 같다.

사람들이 더러움과 깨끗한 것을 가리지 못하는 벌레를 싫어하듯이 붇다께서도 출가 사문이 깨끗하고 더러움을 판별하지 못하는 것을 正道(정도)라 하지 않으셨다.

세상일의 시끄러움을 버리고 하늘나라에 올라가는데는 청정한 계행이 좋은 사다리가 된다고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계율을 지키지 않고 타인의 복밭이 되려는 것은 마치 날개 부러진 새가 거북이를 등에 태우고 하늘에 오르려는 것과 같으니 자신의 죄도 벗지 못하고서 어떻게 남의 죄를 풀어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계행을 지키지 못하고서는 다른 사람의 공양이나 시주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수행이 없는 헛된 몸은 아무리 증장시켜도 이익이 없고, 덧없는 목숨은 아무리 아끼더라도 보전하지 못한다.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지용현 회장이 김희주 회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용상(龍象)과 같은 큰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끝없는 고통을 참아야 하고, 사자좌에 앉아 계신 붇다가 되고 싶거든 세상의 향락을 영원히 버려야 한다. 수행자의 마음이 깨끗하면 모든 천신까지도 다같이 찬탄하나, 그렇지 않고 수행자가 渴愛(갈애)를 떨쳐내지 못하면 착한 신장들도 그를 버리고 떠난다.

地(흙)·水(물)·火(불)·風(바람)의 사대(四大)로 구성된 몸은 곧 흩어지는 것이므로 오래 살수가 없다. 하루의 저녁은 순식간이다. 그러므로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세상의 향락 뒤에는 필히 고통이 따르고 한번 참으면 오랜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도를 구하는 사람이 탐욕을 내는 것은 수행자들에게 수치스러운 행위요, 출가한 사문이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려는 행위 또한 군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막는 말이 끝없이 많은데 탐착과 애욕은 왜 그리 끊지 못하며 닦아야 할 수행은 끝이 없는데도 세상일을 버리지 못하며, 번뇌가 끝없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그것을 끊을 마음은 일으키지 않는가?

영광 마라난타사 법당에서 명상체험을 하는 회원들.

오늘이란 하루는 끝이 없건만 오늘 한 번만 행한다는 생각에 악한 죄는 많아지고, 내일 내일하고 미루는 내일은 끝이 없지만 착한 일은 날마다 줄어들며, 금년이란 한 해가 다함이 없거늘 한없이 번뇌는 계속되고, 내년하고 미루는 내년은 끝이 없거늘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고, 하루하루가 흘러서 어느덧 한 달이 되며, 한 달 한 달이 지나서 어느덧 한 해가 되고, 한 해 한 해가 바뀌어서 잠깐 사이에 생멸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는 옛 선사의 말씀을 다시한번 새겨본다.

산오름도 내림도 수행으로 아는 正見(정견)을 가진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회원들이기에 이를 행하는 正進(정진) 앞에는 숨가쁘게 치솟아 오른 준령도 그저 평지와 다를바 없었으니 이렇게 여여함으로 2013년 마지막 산행도 마무리 하였다.



“올 한해 허송세월하지 않았나요”
불갑사 대웅전에 새겨진 흰쥐, 검은쥐의 참 의미

영광 모악산 초입에 자리한 불갑사는 백제불교 최초사찰이다.

백제 침류왕 1년(384년) 인도 마라난타 존자가 중국의 남쪽 동진을 거쳐 이곳 영광땅 법성포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백제불교의 시작이다.

법성포(法聖浦)라는 지명은 ‘불법(佛法)을 가지고 성인이 도착한 포구’라 하여 유래되었고,

영광(靈光)은 ‘신령스런 불법이 들어온 은혜로운 고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땅에 들어와 처음 건립한 사찰이 불갑사(佛甲寺)이다. ‘부처님을 모신 사찰 가운데 으뜸’이라는 뜻이다.

불갑사 대웅전 불단 좌우 기둥에 사나운 용에 쫒기는 쥐가 조각되어있다.

부처님이 법을 설하는 성스러운 곳에서 쥐가 뛰어다니는 것이 방정맞아 보이지만 선조들의 해학을 느낄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희고 검은 쥐로, 흰쥐는 낮을 상징하고 검은쥐는 밤을 뜻한다.

불교에서 흰쥐와 검은쥐는 시간이라는 생명줄을 갉아먹는 ‘세월’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허송세월로 보내는 이들에게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것이다.

계사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에 앞서 불갑사 대웅전에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 산1번지 불교회관 1층
광주전남불교신도회 (062-385-1336)
※ 다음카페//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등반대장·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광주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마인드케어 지도사·경제학박사 허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