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세(甲午歲) 그래 어디 가보세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3년 12월 26일(목) 00:00

2014년 갑오년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대단한 2013년 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교수들은 2013년을 네 글자로 정리했습니다.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 입니다.

필자는 올해를 한 글자 통(痛)으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분통(憤痛) 통탄(痛歎) 진통제(鎭痛劑) 고통(苦痛) 할 때의 통(痛) 말입니다. 통각결여(痛覺缺如), 정치에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어 아파도 아픔을 느끼지 못할만큼 무감각해졌다의 통(痛)! 내년의 희망을 얘기해야할 성탄주간에도 통분(痛憤)하고, 통성(痛聲)소리가 커져가는 것을 보면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고, 초조하고 우울해서, 울화통(鬱火痛)이 치밉니다. 이런 아픔의 통(痛)을 버리고 유쾌, 상쾌, 통쾌(痛快)한 통(痛)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바람일까요.

여하튼, 세밑이 분통(憤痛)하든 통쾌(痛快)든 2014년 갑오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갑오년은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 지 120년 되는 해 입니다. 임오군란을 진압한다고 청나라 군대를 끌어온 그 대가로 동학농민군을 일본군 기관총의 밥으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갑오년 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곧 청일전쟁 그리고 다음해엔 소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이들 식으로 말하면 조선은 1894년에 게임 끝, 조선이 망한 것입니다.

동학농민운동은 전라도 고부군에서 일어난 민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전라도는 물산이 풍부한 곡창지대로 국가재정도 이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전시대에 걸쳐 수탈의 대상이 되어 농민들은 항상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억울한 사정을 동학접주 전봉준을 장두로 삼아 군수 조병갑에게 두 차례에 걸쳐 호소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전봉준은 동학접주인 동지 20명과 함께 각 마을 집강에게 보내는 사발통문을 작성하여 봉기를 맹약하였습니다.

동학농민군은 탐관오리의 숙청, 동학농민군의 참정권 요구, 양반토호들의 탐학 배격, 토지재분배의 요구, 노비해방 등 반봉건적 개혁요구와 일본세력의 배격 등 혁신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농민이 주축이 되어 정치개혁을 시도했던 갑오농민운동 발발 120년 후 2014년, 그럼 대한민국 농민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농민들에게 물어보면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내년을 끝으로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이 종료되고, 2015년 시장 개방이 이뤄집니다. 농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금 밥 한 공기가 180원입니다. 라면값보다 쌉니다. 이 쌀 목표가격이 10년 전에 정해져서 아직도 인상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농민들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입니다. ‘쌀 목표가격’ 제도는 산지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내려가면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제도입니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쌀 목표가격은 17만83원입니다. 국무총리는 내년부터 5년간 쌀 목표가격을 17만 9천600원 선으로 올리겠다는 정부안을 발표했습니다. 농민의 생존과 운명을 흥정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쌀은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민족의 문화요, 혼입니다. 쌀을 주식으로 해온 민족이기 때문에 이 주식에 대한 보호는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더 이상 쌀이 외면 받거나 배척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민족의 식량, 주식인 쌀을 보호하고 지켜내기 위해서 반드시 쌀값은 23만원으로 현실화 되어야합니다.

2014년 갑오년, 전봉준이 살아나 전국 농촌 현장을 둘러보면 뭐라 할까요. 쌀값 하락에 생산 농민들만 골탕을 먹어 관청 앞에 나락더미를 쌓아 놓고 한숨만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뭐라 할까요. 엄동설한에 1만여 농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몰려와 울부짖는걸 보면 뭐라 할까요.

지금 쌀 자급은 80%대, 보리자급률 22.5%, 밀 1.1%, 옥수수 0.8%, 콩류 자급률 6.4%, 전체 곡물자급률이 단 22.6%인데, 무관세로 완전개방하겠다는 정부를 보고 뭐라 할까요. 만약 우리나라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면, 쌀시장의 완전개방 문제는 ‘묻지마라 갑자생’이라는데 농학농민들이 피땀흘려 지킨 이 농토는 어찌 될까요.

농군의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하는 정부는 통(痛) 입니다. 갑오세! 갑오세는 120년 전 죽창을 들고 일어난 농민들이 외치던 구호 입니다. 가보세··· 그래 어디 가보세··· 가 보세나! 내년 갑오년은 정말 가봐야 알 것 같은 한 해가 될까요?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