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원사업 가시화 단계 ‘후속조치’ 기대 광주매일신문 집중제안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하자 |
| 2014년 01월 06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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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 및 지원 조례’가 광주시에 의해 지난 1일 공포됐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조례안을 발의했던 광주시의회 송경종(광산구) 부의장을 초청해 조례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쟁점들과 후속 과제에 관한 집중 대담을 실시했다.
▲광주매일신문과 함께 호남지역 어젠다로 집중 제안했던 숙원사업이 가시화 단계에 이르렀다. 어떤 취지에서 조례를 발의하게 됐나.
-지역 언론과 전국신문 등에서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 목적의 학술진흥기관 설립에 관한 지역민의 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것을 잘 안다.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이 과거 농업시대는 물론이고 21세기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라는 새 어젠다를 마련하는 과정이었는데, 호남지역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연구는 극소수였고 산발적이었을 뿐이었다. 문화의 시대에 관광, 예술, 축제, 콘텐츠화 등 산업화에 대한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여하고 있지만, 그것을 원천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학술진흥에는 소홀했다. 사라져가고 있는 문화유산들을 지키려는 문중이나 학계의 힘겨운 노력을 보고 더 늦기 전에 조례입법으로 시급히 보존하고 지역에 관한 학술연구를 진흥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호남권 학술진흥기관 설립에 관한 노력은 없었는지.
-민간의 노력은 14년여 지속됐지만, 그에 비하면 정부나 자치단체의 관심이 우선순위에서 뒤쳐져 있었다. 2009년 광주시와 전남도가 타당성 용역보고서를 마쳤지만 여러 사정으로 후속 진행이 없었고, 호남학진흥조례를 통해 학술연구를 지원토록 했지만 호남학진흥위원회 구성이나 5개년계획 수립 등 조례내용은 다른 업무에 밀려 추진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강운태 시장이 관심을 표명했고 최소한 조례의 근거라도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집행부도 동의해 조례가 만들어지게 됐다.
▲쟁점이 된 사항 중에는 기존의 ‘호남학진흥조례’가 있는데 새 조례를 제정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호남학진흥조례를 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호남학진흥조례에는 법인을 설립하거나 관련 사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법인 설립을 의무화 하는 개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례의 명칭부터 내용 전반을 고쳐야 할 사항이라 전면 개정보다 새 조례의 제정이 합당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호남학진흥의 당위성을 담은 기존 조례는 ‘재단법인의 설립 및 지원’을 명시한 새 조례의 탄생에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 선언적 조례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감대를 넓힌 그 나름의 의미를 인정하고 새 조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중지를 모았다.
▲‘한국학’, ‘호남학’, ‘한국학호남’ 등 명칭 문제에 대한 논란은.
-명칭에 관한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상존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칫하면 실체 없는 허상에 공론만 만발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칭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명칭에서 호남에 한정하는 범위만으로는 국가사업으로 인정되지 못할 우려와 함께 스스로 축소지향성을 갖게 되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정리되기를, 한국학은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종합학문이고, 호남학은 한국학을 전제로 호남의 역사, 문학, 철학, 예술, 민속 등 생활양식과 사유체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규정하고, 한국학의 완성을 위한 호남학의 정립을 지향하는 학술 진흥에 공감했다. 호남과 호남문화의 정체성은 한국의 고유성을 규명하는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는데 합의한 상황에서 ‘한국학호남진흥원’이라는 명칭을 정하게 된 것이다.
▲호남에는 전남, 전북, 제주가 포함되는데, 광주만 조례로 먼저 설립하면 타 시도의 참여에는 문제가 없나.
-이 부분도 조례안이 통과되는 데 난관이 됐다. 2009년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또 타당성조사도 광주시와 함께 했던 사항인데 광주시만 일방적으로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설립하겠다고 하면 독점적 지위를 갖겠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따라서 전남, 전북, 제주의 의회에 조례안에 관한 취지와 개방성, 동참 가능성을 통지한 후에 다시 논의를 진행하게 됐다. 후속 논의에서는 조례의 관할 범위가 광주라는 점, 형식 논리상 광주시의회에서 조례공포가 먼저 되고 타 시도의 의견에 따라 공동 노력을 수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조례안이 가결된 것이다. 사실 호남지역의 학자 151명이 참여해 협의회를 구성하고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을 박근혜정부 인수위에 건의한 바 있으며 호남의 여러 문중이 호소하고 있었고 수차례 학술행사나 토론회, 강연회 등에서 의원, 교육감 등의 인사들이 공감했던 사항이다. 각 시도 의회의 공식 답변은 없었으나 광주시의회 조례 통과 후에 전남도의회에서도 조례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향후 설립을 비롯한 각종 사업추진과정에서 함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의원 발의라서 선언적인 조례만 남을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조례처럼 선언적인 조례로만 남을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누구누구의 업적 쌓기로 오해될 수도 있으나 좀더 차분하게 정말 필요한 조례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점에 있어 광주시가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누차 확인됐다. 강 시장은 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조례의 필요성과 설립추진 의지를 표명했고, 시정질문 때에도 적극 추진을 확답했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국비 책정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인지라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조례 제정이 먼저고 그 조례에 근거해 집행하는 것이 수순인지라 제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조례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관해 조례목적과 개념 정의, 법인 설립·운영 사항, 사업내용과 보조금 지원, 계획·결산 보고와 검사, 설립 재원과 귀속 등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
▲조례 통과과정에서 일부 이의가 있었지만 결국에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특별히 제기한 사항은 없었나.
-어떤 일이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이를 조정·통합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출발부터 삐걱’이 아니라 보다 훌륭하게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 문상필 의원은 ‘전남, 전북, 제주 등과 함께 할 다각적인 노력’의 필요성과, ‘광주시 집행부가 진심을 다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를 충실히 받아들여 모두가 바라는 진흥기관이 조속히 설립되고 한국학과 호남학의 발전을 위해 활약할 것을 기대한다.
▲끝으로 조례 공포에 따른 과제가 있다면.
-조례 후속 조치로 설립준비소위나 TF가 구성돼 설립에 관한 모든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단위에서 입지선정을 위한 절차, 재원 마련 방안, 타 시도 연대에 관한 사항 등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시에서 그간 활동했던 민간단체와 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잘 추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언론도 후순위에 두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힘을 실어 줄 것을 부탁한다.
/서정현 (사)한국학호남진흥원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