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서울대생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1>레너드-존스 퍼텐셜의 균형의 원리

2014년 01월 09일(목) 00:00

우리는 일상에서 과학을 떼어놓고 생활할 수 없다. 모든 일과 현상에는 과학적 현상이 관여한다. 하지만 이를 실감하는 사례를 그리 많지 않다. 너무 흔하기에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학은 어렵다’라는 선입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이나 과학적 사고는 우리의 생활을 보다 현명하고 재밌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을 상대로 과학적 원리와 법칙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꽤 의미있고 재밌는 일이 될 터이다. 과학도들이 쉽게 풀어 쓴, ‘서울대학생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친구들과 한강에서 열리는 불꽃 축제에 너무 가고 싶은데 자정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서 고민해본 적이 있었는가? 혹은 건강검진을 기다리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눈앞에 두고 끙끙대본 적은 없었는가? 또 아니면 대학에 지원할 때 과를 고민했던 적은? 살다보면, 그 크기를 불문하고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되돌아봐도, 아마 많은 순간에서 고민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행운이 항상 뒤따르지는 않는다. 이 불행은 우리를 선택의 기로에 데려다 놓곤 한다. 그런데 요즘, 선택의 순간에 있어 현실적인 문제에 이끌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해서 그 목표에 해당하는 것만 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주위를 환기시킬 때에 좋아하는 상태가 더욱 오랫동안 원활하게 유지될 수도 있다. 현실에 쫓겨 해야 하는 일만 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레너드-존스 퍼텐셜이라는 그래프가 있다. 이 그래프는 두 원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에너지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흔히,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안정하다’고 표현한다. 두 원자가 결합할 때에는 일부분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분자가 된다. 이 때 두 원자가 무조건 가깝다고 좋은 결합, 다시 말해 안정한 결합이 형성될까? 아니다. 반대로 두 원자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좋은 결합이 형성되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두 원자 사이의 안정한 결합이 만들어지는 거리의 비밀은 바로 균형에 있다.

두 개의 원자가 있을 때,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과 서로 밀어내는 힘인 반발력이 동시에 존재한다. 두개의 입자가 가까울수록 인력이 커지지만 반발력도 커지고 두개의 입자가 멀어질수록 인력이 작아지면서 반발력도 작아진다. 대신 두 원자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지만,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갑자기 인력보다 반발력이 더욱 커져 서로를 밀어내게 된다.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힘은 원자 사이의 퍼텐셜 에너지를 결정하는데, 인력과 반발력이 동시에 고려하여 얻어지는 퍼텐셜 에너지가 가장 낮은 거리가 가장 안정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원자가 하나의 안정한 분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이런 ‘적당한’ 거리, ‘안정한 상태’는 비단 물리학에서만 필요한 개념은 아니지 않을까? 인력과 반발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안정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 삶에서도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을 잘 맞춘다면, 그야말로 ‘안정’을 찾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하는 일들도 물리학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해야 하는 일을 할수록 안정도가 커지지만 너무 많아지면 반대에 해당하는 반발의 힘도 커지기 때문에 적당한 정도가 존재한다.

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어왔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든 일이 함께 한다면 단순한 능률만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까지 생각할 수 있다. 인력과 반발력의 균형이 분자의 안정을 만들어 주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균형을 이룬다면 마음의 안정, 삶의 안정까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막심 고리키(Aleksey Maxim Gorky)는 ‘일하는 것이 즐거울 때 인생은 얼마나 기쁜가! 일하는 것이 의무일 때 인생은 얼마나 노예와 같은가!(When work is a pleasure, life is a joy! When work is a duty, life is slavery.)’와 같은 말을 남겼다. 아무리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마음의 상태를 가질 수 있어야지만 오랫동안 즐기면서 진정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가끔 일에 지쳐, 현실에 지쳐 힘들 때에는, 레너드-존스 퍼텐셜의 값처럼 적당한 거리의 중간 지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하고 싶은 일에 몰두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수빈(물리교육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