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손상 원한다면 무릎위에 올려 놓으세요 서울대생과 함께하는 아하! 재밌는 과학 <2>노트북과 각운동량 물리학적 관점에서 바라 본 노트북의 올바른 사용법 /이한결(물리교육과 3학년)

2014년 01월 16일(목) 00:00

노트북은 영어로 흔히 ‘Laptop’ 이라고 표현한다. Lap은 무릎을 의미하는 말이므로, Laptop이라는 말은 ‘무릎에 올려놓고 쓸 수 있을 정도로 휴대성을 가진 컴퓨터’를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과연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에 대해 물리학적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혹자는 노트북의 사용에 대해 물리학적인 분석을 한다고 하면 노트북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와이파이 신호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는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조금 더 기초적인 물리현상에 근본을 두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일반적으로 하드디스크라는 저장매체를 사용한다. 컴퓨터 내에서 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이 바로 하드디스크이며, 하드디스크에 정보를 기록하고, 기록된 정보를 읽는 방식은 물리적으로 진행된다.

하드디스크는 크게 플래터와 헤드라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플래터는 원형의 둥근 판으로 정보가 저장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헤드는 플래터에 정보를 기록하는 부분이다. 정보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플래터가 고속으로 회전함을 통해 플래터의 여러 부분에 걸쳐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 헤드는 플래터와 직접 닿아 있지 않고 살짝 떨어져 있다. 회전하는 플래터에 헤드가 직접 맞닿는다면, 플래터에 흠집이 나고 기록된 정보에 손상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가 정보를 기록하는 속도는 플래터가 회전하는 속도에 비례하게 되는데, 보통 7천200RPM의 속도로 회전하는 하드디스크를 사용한다. RPM이란 분당 회전수를 의미하는데, 7천200RPM은 1분에 7천200번을 회전한다는 뜻이므로, 정보를 기록하거나 불러들일 때 하드디스크의 플래터는 사실상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게 된다.

이러한 하드디스크의 작동 방식과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두고 사용하는 것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회전하는 팽이는 잘 넘어지지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두 바퀴로 가는 자전거가 달리는 도중에는 잘 넘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각운동량 보존’이라는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각운동량이란 회전하는 물체가 가지게 되는 일정한 양으로, 회전하는 물체의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회전하는 물체의 질량(정확히는 관성모멘트이지만 편의상 질량이라고 하겠다)이 클수록 각운동량이 크다. 또한 각운동량은 방향성을 가지는데, 회전하는 물체의 회전축 방향이 각운동량의 방향이다. 이처럼 회전하는 물체에서의 각운동량은 보존된다는 것이 각운동량 보존이다. 각운동량의 보존은 각운동량의 크기뿐만 아니라 회전하는 회전축의 방향 역시 변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팽이가 회전하거나 자전거 바퀴가 회전할 때, 자신의 각운동량을 보존하려는 성질 덕분에 잘 넘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시 노트북으로 돌아가 보자. 노트북 내의 하드디스크의 플래터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큰 각운동량을 가지게 된다. 만약 노트북을 기울인다면, 회전하는 플래터는 회전축이 기울어지는 것에 저항하게 될 것이다. 회전하는 플래터는 쉽게 자신의 방향을 바꾸려 하지 않는 반면, 하드디스크의 헤드는 노트북의 기울임에 따라 쉽게 움직일 것이고 이는 플래터와 헤드가 맞닿게 됨을 유발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는 하드디스크에 큰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노트북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사용하게 되면, 사람의 몸이 흔들리거나 무릎을 움직이게 됨에 따라 노트북의 기울기가 변하고 하드디스크에 무리를 가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노트북은 무릎 위가 아닌 안정된 책상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노트북을 켠 채로, 즉 하드디스크가 작동하는 채로 노트북을 가방에 담아 운반하는 행위 역시 위험할 것이다. 다만 다행인 점은 이동 중에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은 하드디스크의 방식이 아닌 다른 저장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이한결(물리교육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