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호남을 관통하라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1월 23일(목) 00:00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가 3월 말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 전남도지사를 포함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모두 낼 계획이라고 한다. 23일에는 목포에서 지방정부 플랜을 내놓는다고 하니 정말 창당 할 모양이다.

잘알다시피 현재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인기는 아주 높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해 12월 29∼31일 2013년도 마지막 정례조사를 한 결과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3.4%였지만 안철수 신당은 33.7%였다. 127석을 가진 거대 정당이 국회의원 한 석에 불과하고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신당에, 그것도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러면, 광주·전남은 왜 안철수 신당을 환호하는가. 단순히 민주당이 싫어서 대안정당으로 안철수 신당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한국정치에 대한 실망감으로 안철수 신당을 밀어줌으로써 정치개혁을 꿈꾸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다음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비장한 포석인가.

필자는 정치의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호남사람들의 ‘혜안’이라고 본다. 안철수 신당에 대해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대놓고 폄하하지만 오죽 정치들을 못했으면 그를 끌어냈겠는가. 기득권 정치인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없는 호남사람들은 특히 새 리더를 원했고, ‘안철수 현상’이 다가온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잘나서가 아니라 호남과 좋은 인연, 시절인연이 된 것이다.

호남은 그간 정치적 변방이었고 비주류였음에도, 역사의 고비마다 자기희생,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한국 민주화를 견인해왔다. 인구는 적지만 한국정치에서 호남 영향력은 높게 평가돼 왔고 실제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호남에서 민주당의 장기 독점체제에 대한 피로감, 주요 의제에서 정치민주화 담론 퇴조, 지역정치인의 분열 등으로 호남 정치 위상은 급격히 추락, 지금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은 신당이 실체 없는 바람이라고 치부한다.

지금 호남사람 마음은 복잡하다. 대의를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에 집중하고 있지만, 과거 영남 출신 정치인들처럼 안철수 의원도 호남의 높은 정치의식을 이용하고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의 신당을 바라보는 열망의 눈이 촉촉히 젖는 것도 사실이다.

해서, 신당 창당 전에 안철수 의원과 광주 출신 윤장현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은 광주·전남 지역민에게 단단한 신뢰의 틀을 보여줘야 한다. 신당이 대한민국의 새 야당인 것 분명하지만 호남의 열망이 가장 강한 만큼 책임있는 호남정치의 새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신당은 철새 정치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식이 아니라 리더다운 리더를 골라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역사의 고비마다 자기희생을 통해 역사의 물꼬를 정의롭게 돌린 호남의 시대정신을 잘 알아야 한다. 소명의식을 갖고 지역주의 타파에 앞장서야 하며 한국정치의 새로운 전기를 호남에서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이 소외시킨 인물, 구태의연한 공천을 한다면,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서부터 회초리를 맞게 될 것이다, 광주정신에 기반 한 원칙과 정도를 지켜온 존경받는 인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선 리더십이 아니라 시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모시는 소통의 리더십,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읽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 리더를 내세울 때 호남인은 그를 통해 안철수원의 정치력을 보게 될 것이다.

사실 호남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모든 도전 이길만한 중심 인물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데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과연 안철수와 그 세력은 대안적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이 있다. 너무 원론적이이서 모호하게 들리는 언술, 지나치게 신중하여 답답해 보이는 행보, 역동적 리더십의 결여, 큰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안철수 의원이 그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호남은 지금 엄혹한 한국정치 상황에서 안철수 라는 정치자산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 자산을 껴안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아직 호남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지만 호남인은 그에게 마음을 먼저 내 주었다. 이제 안철수 의원이 답할 차례다. 호남과 정서적 연대를 강화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를 해야 할 때다.

역사책을 보면, 위대한 정치인 한사람이, 그 시대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희망을 주던가. 호남사람은 안철수 의원과 그 신당을 통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고 싶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