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해도 양다리는 안 돼! 서울대생과 함께하는 아하! 재밌는 과학<4>문어발식 멀티탭의 위험성 /손재석(물리교육과 3학년)

2014년 02월 06일(목) 00:00

무심코 컴퓨터의 전원을 켜다 보면 그 옆에 흉물스럽게 놓여있는 멀티탭을 볼 수 있다. 멀티탭에 플러그들이 얼키설키 엮여있는 것을 보면 이 복잡한 회로 속에서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 느낌이 기우로 끝나면 좋겠지만 인간의 누적된 경험의 산물인 직감은 무시 못할 요소이다. 이 경우 복잡하게 이어진 멀티탭 구조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란 사실을 비슷한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의 직감이 일러준 대로 평소에 자주 보던 물의 흐름에 빗대어 멀티탭이 어떻게 우리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회로에서 전기가 흐르는 원리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위에 있는 물탱크에 구멍을 뚫어 파이프를 연결하면 탱크 안의 높은 수압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물길이 힘찬 줄기를 뻗어나가다가, 중간 중간에 설치된 물레방아를 돌리면서 에너지를 잃고 밖으로 배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류도 전지의 높은 전압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은 전류가 중간중간 전구와 같은 저항을 거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회로를 한 바퀴 돌게 된다. 물탱크가 텅텅 비면 물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전지도 방전돼 전하가 바닥이 나면 전압이 생기지 않아 전류는 흐르지 않게 된다.

가정에서 멀티탭을 사용하는 것은 물탱크로 치자면 파이프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물탱크에 구멍을 크게 내는 것과 같다. 그러면 탱크로부터 한꺼번에 물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각 파이프에 도달하는 물의 양과 빠르기는 그대로이지만 그만큼의 물의 압력과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파이프가 필요하다. 달리 말해서 파이프가 튼튼하지 않다면 물줄기의 수압과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파이프가 터져버릴 수 있다. 멀티탭의 구조는 이와 같아서, 회로의 전선도 과전류를 견디지 못하고 타버리게 되는 것이다.

파이프가 터지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튼튼한 파이프를 구하거나, 파이프의 강도에 알맞게 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멀티탭은 한정돼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이 꽂지 않거나 쓰지 않는 플러그를 뽑아버리는 등의 방법으로 흐르는 전류의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늘 조심해야 멀티탭도 효율적으로 쓸 수가 있다.

오늘따라 멀티탭이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던 것은 어쩌면 이 곳 저 곳 손이 많이 가야 한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두뇌를 짓누르고 있어서일 지도 모르겠다. /손재석(물리교육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