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지 못한 정치, 불편한 선거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2월 06일(목) 00:00

6·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접수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정치하겠다고 손을 든다. 그들에게 ‘왜 정치 하느냐’ 물으면 욕심만 있고 내용은 없다. 지방정치도 정치이거늘 정치가 무엇인지 뚜렷한 철학도 없이 뛰어드는 건 다소 무모해 보인다.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사전적 의미는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협력·저항 등 사회적 활동의 총칭’을 일컫는다. 학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올바름의 기준’으로 치자가 피치자를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한자로 정치를 政이라 쓴다. 이 글자에는 바를정(正)이 들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정치에 올바른 정치, 정의로운 정치가 있는가. 정치인 스스로 유권자의 지지가 ‘정치행위’에 대한 지지인지 정치인 개인에 대한 지지인지 모르기 때문에 ‘정치의 올바른 도’가 망각되어 있다. 결국 그 정치가의 생각은 지역민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게 된다.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자기 지역을 발전시킬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을 뽑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지방선거 결과가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인데, 정당은 어떻게 하면 승리할까만 몰두하기 때문에 인물선택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6·4 지방선거를 120일 앞둔 현 시점까지 지방선거의 룰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단체는 정당 공천을 하지 말라는 국민의 룰을 받아들이면 상향식 중앙정치가 흔들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민은 지방자치의 원래 목적을 되찾고 싶은데 정당은 정당을 구성하고 있는 정치인 숫자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선거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국회에서 지방선거 룰 문제를 당초 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룰을 정할 시간도 20일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현 상태라면 정당공천 폐지는 거짓공약이었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정의에 대한 신뢰가 실종되어 국민이 정치를 믿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나아가 민족 고유의 장점인 공동체의식도 많이 훼손되었다. 민족의 장래를 위해선 정의로운 정치 공동체가 시급하다.

누가 ‘정의로운 정치인’인가. 정의로운 정치인은 시민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력을 남용하거나 국민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 자신의 직위에서 얻는 정보로 사익을 채워서도 안 된다. 부패하거나 타락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며 공익에 헌신해야 한다. 문화적으로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가치들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런 ‘정의로운 정치인’이 많아지려면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무지, 왜곡된 현실정치도 개선해야 한다. 지역민 역시 자기 이익과 관심에만 몰두하여 공동체의 문제 혹은 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시민들 간의 유대감 형성에도 소극적이라면 정치 정의를 세우기 어렵다. 정의로운 공동체는 올바른 민주주의의 의식 바탕에서 이루어지는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민주주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시민들의 무지다. 이제 민주시민이 권력에만 몰두하고 출세를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다 쓰는 공직자, 남에 대한 지배욕에 찌든 정치인을 퇴장시키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지역민의 갈망이 크다. 정치 지망생들은 ‘정의로운 정치가 무엇인가’를 묵상해야 하고 유권자는 ‘누가 정의로운 정치인인가’ 잘 따져봐야 한다. 정책보다 정서가 지배하는 정치판은 정의롭지 못하다. 지금같이 영·호남 중심의 지역갈등 정치에, 충청까지 가세하는 지역주의는 수도권까지 파급돼 정치가 집단이기주의화하고 각 분야에서 지역차별이라는 독소기능을 하고 있다. 특권층이 되어버린 국회의원에게 줄서는 지방정치 역시 정의로운 모습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제3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회 민주화도 이루어냈다. 더 이상 정치가 국가발전, 지역발전의 장해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앞서서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부끄럽지 않은 정치가 되어야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유권자가 정치정의를 먼저 생각하자. 출마자에게 ‘정의로운 정치’ 어떻게 할 건지 묻자. 생각이 없는 사람은 떨어뜨려야 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