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일단 시작하고 보라 서울대생과 함께하는 아하! 재밌는 과학<5>최대정지마찰력과 운동마찰력 허광영(물리교육과 3학년)

2014년 02월 13일(목) 00:00

‘시작이 반’…일단 시작하고 보라

누구나 어떤 일을 할 때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망설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 일을 시작한 뒤에는 ‘별거 아닌데 왜 고민했지’라고 생각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표현하는 속담으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일이 쉬워진다는 것으로, 그렇게 시작할 수 있는 ‘실천력’을 강조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정말 시작이 반일까? 물리학에서의 마찰력 개념을 통해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집에 있는 커다란 장롱을 혼자 민다고 생각해보자. 장롱이 밀리겠는가? 아마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정지해있는 물체에 힘이 작용하면, 물체가 움직인다. 그런데 장롱에는 힘이 작용하는데도 장롱은 정지해있다. 우리가 가하는 힘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우리가 가하는 힘과 같은 크기의 힘을 바닥이 장롱에 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롱이 실질적으로 받는 힘은 0이 되고, 장롱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서 바닥이 가하는 힘을 물리학에서 ‘정지마찰력’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 그 일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들이 정지마찰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명이 힘을 합치거나 해서 더 큰 힘을 가하다보면, 어느 순간 장롱이 움직일 것이다. 왜냐하면, 정지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정지마찰력은 어떤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최대정지마찰력’이라고 한다. 최대정지마찰력은 물체의 무게나 접촉면의 상태 등에 의해 변하는 수치이다. 일에 따라서 일의 시작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들이 다르듯이 최대정지마찰력도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장롱과 같은 물체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움직이기 직전에 가하던 힘보다 더 적은 힘으로도 계속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물론 움직이는 물체에도 여전히 마찰력은 작용한다. 하지만 여기서 작용하는 마찰력은 ‘운동마찰력’이고, 운동마찰력은 최대정지마찰력보다 작다. 망설이는 요인들이 많았지만 결심하고 일을 시작해 보면 별거 아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운동마찰력이 최대정지마찰력보다 작은 것처럼, 일단 시작하고 나면 좀 더 수월하게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 역시 그러한 상황을 잘 표현한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상황판단 없이 무턱대고 일을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너무 망설이는 것도 좋지 못하다. 가끔은 과감하게 일을 시작하고 나면, 운동 시작 후 작아진 마찰력처럼 별거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허광영(물리교육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