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대상들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다 정현진 사진집 ‘아타락시아’

2014년 02월 23일(일) 19:39

“일상처럼 집 주변을 산책하던 어느 날, 산책로의 이름 모를 풀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아이처럼 바라보니 곱고 귀여운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일상의 대상들을 그렇게 따뜻한 관심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니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놀이 사진가 정현진. 그에게 있어 사진은 ‘놀이’다. 놀이는 스스로 즐거우면 그만이고 스포츠처럼 결과에 연연하거나, 상대를 의식하지도 않는다. 그의 놀이 친구는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다. ‘놀이 사진’이란 우리 주변에 널려진 ‘모든 사물과의 대화’이다. 그 대화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긴장을 푼 시각만 유지하면 된다. 그러면 이 세상의 모든 피사체가 그때그때 말해주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정현진

정현진 씨가 사진집 ‘아타락시아(Ataraxia)’를 펴냈다. 아타락시아란 정신의 안정, 평정, 침착, 흔들림이나 동요가 없는 고요한 마음 상태를 말한다.

해남이 고향인 저자는 프로작가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자 1남 2녀를 둔 40대 가장이다. 직장생활 틈틈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밖으로 나다녔던 그가 작품들을 정성스럽게 모아 사진집을 펴냈다.

그는 이번 사진집을 통해 남들이 못 봤던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사느라 너무 긴장하고 바쁘고 스트레스 받아서 못 봤던 것들이다. 우리가 그간 못 보고 지나쳤던 것이란, 누가 바라봐도 아름다운 꽃이나 여인의 모습이 아니며, 시간이나 기회가 없어 못 찾았던 관광지나 오지의 풍경 같은 것도 아닌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사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의 사진에는 시각적인 강렬한 메시지는 없다. 대신 뭔가 자분자분 이야기하고 있다. 거리감, 단절감이 느껴지는 차가운 예술이 아니라 이야기를 걸어주니 보는 사람이 외롭지 않다.

정현진 作 ‘사유’

사진하면 대체로 풍경이나 인물 사진부터 떠올린다. 저자도 사진을 그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풍경 사진을 담아오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관광지의 사진들이 그가 담아온 사진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무언가 특별한 사진을 담고 싶었는데 늘 그렇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장롱 속 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고 주변 일상들을 담아왔다.

저자는 “사진집의 챕터 중 형상과 사유 부분은 많은 애착이 간다. 다른 챕터의 사진들에도 정성을 담았지만, 형상과 사유 부분은 나만의 피사체와 이야기를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이다”며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사랑이 필요한 곳은 나 자신과 내 주변이다. 사람들이 멀리 있는 것보다는 가까운 것들에, 남들과 같은 이야기보다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데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동호회를 통한 사진 생활도 좋지만, 혼자 카메라를 들고 광주천변을 산책하는 것도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랑새미디어·2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