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노래의 뿌리 이어나가야 무등산가·지리산가·정읍사·선운산곡… 서정현 (사)한국학호남진흥원 기획실장

2014년 02월 23일(일) 20:31

‘달거리’ 상설공연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광주의 향토가수 김원중 님은 최근 ‘광주천’을 소재로 신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1985년 발표해 히트된 대표곡 ‘바위섬’이 80년 신군부의 탄압에 고립된 광주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알려져 오래도록 전국민은 물론, 광주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등산가’에서 ‘광주천’까지 예나 지금이나 올곧은 정신에서 피어나는 향기로 노래하고 예술혼을 발산하고 있다. 민요를 불렀던 서민들이 호남예술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호남에는 서민적 정서를 흥얼거리며 부조리한 세태를 풍자하는 노래들이 전해졌었다. ‘고려사 악지(樂志)편’에 전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가요는 속악(俗樂, 서민의 노래)이라 해 5편이 기록돼 있다.

지리산가(智異山歌), 무등산가(無等山歌), 방등산가(方登山歌, 현재 장성 방장산), 정읍사(井邑詞), 선운산곡(禪雲山曲)이 그것인데, 백제가요 중 국문으로 표기된 최고(最古)의 가요라고 알려진 ‘정읍사’만이 악학궤범을 통해 가사가 전해지고 있다.

정읍사는 행상을 나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안타까운 심정이 나타나 있다.

무등산가는 명산 무등산의 정기로 태평성대를 누린다고 생각하는 광주의 백성들이 무등산을 예찬해 부른 노래다. 우리 고장이 고대부터 오래도록 풍요로운 고장이었던 것이다.

‘無等山 光州之鎭 州在 全羅爲巨邑城 此山 民賴以安 樂而歌之’.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鎭山)인데 광주는 전라도에 있는 큰 읍성이니, 백성들은 이 산을 의지하고 편안히 즐겁게 지내며 노래를 불렀다.

방등산가는 산적에게 잡혀간 장일현(長日縣, 장성현)의 한 여인이 자기를 구하러 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며 부른 애상적인 노래이다. 선운산곡은 군역에 나갔는데 때가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지리산가는 구례 산중에서 가난하게 사는 한 여자가 궁중으로 불려 들어가는 것을 싫어해 죽음으로 항거한 노래다. 가족과 함께 산골에서 가난하게 살지언정 부귀한 지배층의 횡포에 저항하는 절개가 담겨 있는 것이다.

광주와 호남을 예향(藝鄕)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 온 호남인들의 노래는 항상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다.

그 예술은 인의예지신(인의예지신)을 실천하는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니겠는지 연구해 볼 일이다. 제2 제3의 김원중이 나타나 향토가수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 호남 노래의 전통을 계승하는 일일 것이다. /서정현 (사)한국학호남진흥원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