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게도 과학적 책임 물어야 서울대생과 함께하는 아하! 재밌는 과학<7>에어컨 실외기 발전의 허구 김두리(물리교육과 4학년)

2014년 02월 26일(수) 20:08

지난해 7월 대한환경공학회가 주최한 ‘대학생 종합설계경진대회’에서 전북대 환경공학과 팀의 ‘에어컨 실외기를 이용한 네오디움 발전기’가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발명품은 에어컨 실외기에 강한 자석인 네오디움을 부착해 팬이 돌아갈 때마다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이다. 냉방을 하면서 동시에 전력까지 생산한다니, 정말 혁신적인 발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이 발명품에 대한 수상으로 대한환경공학회는 심사자격에 대한 논란까지 일으키며 뭇매를 맞았다. 그렇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장치는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전력을 잡아먹는 장치였던 것이다.

이 장치의 원리는 고등학교 과학에 등장하는 ‘전자기 유도’로, 전자기 유도란 자기장의 변화가 도선에 전류를 유도한다는 법칙이다. 즉 이 장치를 만든 이들은 실외기 팬이 돌아감에 따라 네오디움 자석이 회전하면서 자기장의 변화가 만들어지고, 이 때 자석 주변에 설치한 도선(코일)에 전류가 흐를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문제는 전자기 유도에 의해 흐르는 전류의 방향은 자기장이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청개구리처럼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전류가 발생하는 것, 이를 렌츠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자석을 부착함으로써 실외기 팬은 회전에 저항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에어컨 실외기 발전을 이용한다면 전자기 유도 효과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회전하면서 내부의 고온 기체를 외부로 내보내는 실외기의 회전이 방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 에어컨 실외기 발전 장치의 치명적인 맹점이다.

만약 1도의 온도 감소를 위한 에어컨의 효율이 25%라면, 에어컨은 100만큼의 전력을 이용해 25%정도를 실내 냉방에 사용한다. 이 때 나머지 75%의 전력은 에어컨 내부 작동 과정에서 마찰, 열 전도 등의 형태로 손실된다. 그런데 여기 회전을 방해하는 자석이 부착된다면 1도의 온도감소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큰 힘으로 실외기 팬을 돌려야하는 일이 발생한다. 즉 렌츠의 법칙으로 인해 발생하는 저항이 손실되는 전력량을 증가시킨다. 즉 에어컨 전체의 효율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발명한 학생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면 시간당 10.8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10.8W의 전력을 추가 생산하기 위해 20W 가량의 전력이 소모되는 셈이다.

외부에서 얻은 에너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동력을 발생시킨다는 ‘에어컨 실외기 발전’의 발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9년 서울 메트로에서는 300억 상당의 지하철 환풍기 발전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지하철 환풍기 발전도 에어컨 실외기와 같은 원리로 고안됐으며 같은 이유로 결함이 있는 발상이다. <그림> 이 때 환풍기는 실외기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내부와 외부의 공기 교환이 목적이다. 그런데 환풍구에 팬을 달아 놓음으로서 공기 교환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는 전력의 생산량보다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되고 만다. 본래 목적인 공기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어째서 이런 주객전도의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일까? 분명 에너지를 일회적으로 소모하지 않고 지속해서 재생산한다는 개념은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 원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배고플 때 구토를 해서 자신의 토사물을 흡입하면 음식물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애시당초 투입한 음식량의 영양소 성분이 100%로 유지되지 못할 뿐더러(에너지 효율은 100%로 유지되지 못한다) 일부러 구토하는 과정에서 토사물의 흡입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학은 늘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과학 그리고 과학자의 윤리가 강조되고 심지어 현대 기계문명의 병폐를 과학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은 사회 또한 ‘과학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두리(물리교육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