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사회 ‘동문간 밀어주기’ 담합 극심 파벌 싸움에 멍드는 한국 사회 <중>학벌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
| 2014년 02월 26일(수) 20:35 |
개인사정으로 1년을 쉬었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 모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정현(23)씨는 얼마 전부터 출신 고등학교 동문들의 서울 모임에 불참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에서도 중위권 그룹에 속하는 이름 있는 학교지만 재광동문회에서는 그야말로 찬밥신세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서로 친하게 지낸 동급생들이었지만 서울에 와서 다시 만나니 눈에 보이지 않는 파벌이 생긴 것이다.
김씨는 “모두들 드러내놓고 말은 안하지만 서울대 출신들은 서울대끼리만 이야기하고 연고대 출신들도 끼리끼리 뭉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보이지 않는 그룹 구성은 점점 상위권과 중위권, 중위권에서도 서로 상중하로 나눠 그룹이 형성되다 보니 동문모임에 점점 나가기가 싫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독 그 학교만 그러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씨는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양상”이라며 “학교가 곧 계급이 되는 세상이다 보니 서로간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파벌 형성은 이제 사회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미 학교에서부터 파벌을 만들고 상대를 배척하는 방법을 알아서 터득하고 있다.
그 비슷한 양상이 바로 왕따 현상과 학교폭력이다.
반 급우를 따돌림으로서 자기만의 파벌을 형성하고 부수적으로 폭력을 사용해 그 파벌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학생 등은 총 1천102명이고 2012년에는 913명, 2013년 466명이다. 이중에는 단순폭력이 가장 많았고 이어 금품갈취, 성폭력 순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학교폭력 수치가 급감하고 있지만 이는 물리적 폭력일 뿐이고 SNS를 사용한 디지털 폭력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디지털 폭력에 대한 법적 처벌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모(17)양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얼마 전 급우들에게 SNS 폭력을 당했다는 김양은 “아이들이 카톡을 초대해서 들어가 보니, 돌아가면서 욕을 해댔다”면서 “충격이 너무 커서 한동안 실어증 비슷한 것이 생겼다”고 말했다.
왜 그런 폭력을 당했냐는 질문에 김양은 “같이 어울리는 아이들과 말다툼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그 그룹의 리더였다”며 “결국 그 리더의 힘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와관련 광주시 청소년상담 복지센터 관계자는 “학생들간의 파벌 구성은 예전부터 이뤄져 왔다”며 “정확히는 파벌이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계급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힘 있고 돈 있는 아이들은 계급의 최상위고 그 다음은 공부, 체육 등을 잘하는 아이들 순으로 내려온다”며 “이미 어렸을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위치가 정해진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은 커서도 손쉽게 파벌과 계급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지역 일선 학교 한 관계자는 “공교육이 인성교육보다 경쟁을 강조하다보니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협동보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을 먼저 배우게 된다”며 “이런 방식으로 초등학교 6년, 중·고교 6년을 보낸 뒤 성인이 되다보니 남을 배려하기보다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