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입학특수 무색 꽃집 ‘시들’ 단가 상승·불황·생화다발 외면까지 ‘삼중고’ 사탕 등 대체품 학교앞 가판 차지 타격 심각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03월 02일(일) 19:34

#광주시 북구 일곡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47)씨는 “주변 학교 졸업식도 다 끝났는데 작년보다 생화가 10%도 팔리지 않았다”며 연신 한숨만 쉰다. 3일 일제히 이뤄지는 입학식이 지나고 나면 쌓인 재고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뿐이다. 이씨는 “올 초부터 경매시장에서 꽃다발에 쓰이는 품종들의 가격이 대부분 올라 이를 맞추기 위해선 제품 가격을 평소보다 올릴 수밖에 없는데, 경기 불황으로 꽃을 사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한 꽃집 주인 박모(38)씨도 창업한 지 2년째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박씨는 “요즘 동네꽃집을 찾아와 생화를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인근 대형마트나 집앞 편의점 일대에서 사탕이나 초콜릿, 비누로 꽃다발을 만들어 파니 그쪽으로 소비가 몰리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지역 동네 꽃집들이 1년 중 최대 특수인 졸업·입학 시즌을 맞았지만 울상만 짓고 있다.

경기불황과 단가상승이 맞물리며 소비 감소가 나타나는데다가 생화를 대신할 제품들을 내놓는 판매처가 늘고 있어서다.

2일 화훼업계에 따르면 졸업식 꽃다발에 많이 쓰이는 장미(비탈 품종)의 도매가격은 지난 2012년 2월 평균 가격이 6천원대(1속 10송이 기준)였지만, 지난해 8천원대를 넘어섰다. 올해도 8천500원대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 화훼농가 비닐하우스의 난방비가 오르면서 꽃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하의 기온을 기록했던 최근의 날씨로 인해 생화 출하 시기가 늦어지고, 꽃잎이 쉽게 얼어 망가지는 등 꽃값 인상에 한몫 하고 있다.

졸업·입학식장 출입문 앞을 가득 메운 가판 판매자들의 등장도 동네 꽃집 매출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학교 주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생화를 대신해 조화를 팔고 있고 초콜릿이나 사탕으로 만든 꽃다발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매출 부진의 원인이다. 꽃 특수효과가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의 한 편의점 주인인 정모(37)씨는 “졸업식 또는 입학식 때 초콜릿이나 사탕, 비누로 만든 다발이 생화다발을 대체하는 소비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실용적이어서 어린 학생들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원예농협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성탄절 등 수요가 많았던 지난해 연말에도 예년 대비 반감된 소비심리가 늘면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경매 실적이 줄어들었다”며 “예전에 특수라고 불리는 기간들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면서 동네 꽃집들의 타격이 가장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