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같은 세상…인간의 욕망들…구원은 없는가 스페이스K 광주 ‘욕망의 여섯 가지 얼굴’展…내달 18일까지 6개의 시선으로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투영 이 시대 자아 정체성 문제 시각적으로 풀어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03월 05일(수) 19:51

남희승 作 ‘이 마을은 우리에겐 너무 작아’

급변하는 사회 속, 인간의 욕망이 끊임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세속적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고 있다.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작품 속에 투영해 현대 사회의 물질성을 바라보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작가들이 그려내는 욕망의 얼굴들은 절제와 은폐, 과도한 제스처나 해체 등 서로 다른 몸짓과 표정으로 현대 사회라는 거대한 무대를 마주한다.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 광주에서 6일부터 4월 18일까지 ‘욕망의 여섯 가지 얼굴’展이 열린다.

현대 사회의 규율과 체제 하에서 직설화법으로는 표출될 수 없는 ‘욕망의 심리학’을 조명한 이번 전시는 초상화의 형식을 통해 극대화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원영, 원재상, 남희승, 윤상윤, 김기석, 윤정원 등 여섯 작가들은 이 점에 주목, 타자와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각기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내면에 숨겨진 무의식의 욕망을 환기 시킨다.

원재상 作 ‘pharmakonⅱ’

장영원 작가는 자아의 결핍된 욕망을 타자에게서 충족하려는 현대인의 왜곡된 시도가 초래한 ‘관계’의 변질에 주목한다. 장 작가는 그 파편화된 관계의 조각들을 ‘결핍의 몽타주’로 시각화한다.

원재상 작가는 타자의 시선에 따라 굴절과 반사를 거듭하는 욕망의 왜곡 양상을 입체 조각으로 조형화한다. 가시와 같은 모습을 띤 그의 자아상은 외부를 향해 날을 세운 채 타자의 욕망과 시선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변화하는 유기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모노드라마라는 극의 형식을 시각적으로 각색한 남희승 작가는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전개법이 눈에 띄는 ‘드라마틱(Dramatic)’ 시리즈를 선보인다. 허구적 플롯이라는 극의 흐름에 맞춰연작으로 구성된 실크 스크린 작품을 전시한다.

윤상윤 작가는 사회 집단에 파묻혀 매몰된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에 반쯤 잠긴 공간에 익명의 집단이 무엇인가의 행위를 하고 있는 초현실적 장면들은 일정한 사회 집단의 울타리에 편입되기 위해 욕망을 억압하고 자아를 은폐하는 현대인의 군상을 드러낸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김기석 작가는 과도하게 사회화를 강요당하는 현대인의 강박과 우울을 통해 욕망의 부조리를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윤정원 작가는 바비인형을 통해 여성의 욕망에 대한 진부한 신화를 비판하고 욕망의 이데올로기를 논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연작 ‘최고의 사치’는 과연 사치가 여성의 근원적 욕망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문의 062-370-5948.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