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3월 05일(수) 20:21

정부가 하고 있는 생명사랑캠페인은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다음 줄에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포기하지마세요’라고 호소한다.

자기 목숨 소중하지 않은 사람 누가 있을까. 그 소중한 목숨을 생활고, 신병 비관과 바꾸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했고 경기도 동두천과 광주에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동반해서 목숨을 끊은 일이 이어졌다.

연이은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도 재발방지대책을 주문했고 복지 관계자들은 사회안전망이 왜 뚫렸는지 찾느라 부산하다. 그 고비만 잘 넘기면 노래 가사처럼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수도 있는 사람들인데, 삶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회적 타살이다.

‘자살 세 모녀’의 사정은 정말 딱했다. 들여다보니 국가와 사회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도가 기초생활보장제도다. 3인 가구의 경우에 최저생계비가 330만 원 정도 되는데 이만큼 소득이 안 될 경우에는 정부에서 생계비를 지원해 주도록 되어 있다. 이 집 어머니가 소득이 150만 원으로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었지만, 갑자기 넘어져 깁스를 하게 되고, 일을 못 가게 되니까 소득이 끊겼다. 기본적으로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하면 소득 조회를 하는데 지난달 소득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으려면 두 달 후에나 소득이 끊겼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집 30대 딸 둘은 실제 일을 하지 않고 근로 능력이 없을 만큼 몸이 안 좋더라도 정부는 근로 능력자로 간주 한다. 그래서 사실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세 모녀의 사정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기초생활 보장을 받으려고 신청할 경우 100%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 얘기다. 싸워봤자 더 상처만 남으니까 미리 포기하는 실정이다. 위급상황에 처한 이들을 실제적으로 구제하려면 실제로 생활수준이 어떤지, 사는 게 어떤지, 상담을 통해서 그 집 사정을 잘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행정 편의적으로 서류를 보고, 담당 공무원이 나중에 감사 나왔을 때 증빙 서류, 병원 청구서, 이런 걸 내 놓을 수 있으면 해 주고 안 그러면 안 해준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다. 반면 OECD 회원국 중 GDP 대비 사회복지비용은 최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GDP 대비 15∼20% 수준의 사회복지비용를 쓰고 있지만 한국은 11%로 사실상 최저 수준이다. 이것이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주된 원인인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생목숨을 끊는 것은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세 모녀의 죽음을 두고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공동체가 해체된 요즘, 다른 가족들에게 금전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족에게 거절당하면 타인에게 거절당한 것보다 상처가 더 크고 깊기 때문에 쉽게 금전 문제를 꺼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역할을 하던 어머니가 일자리를 잃는 순간, ‘사회구성원 테두리’ 밖으로 밀려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리라.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에 세 모녀가 월 50만 원이 아닌 10만 원 안팎의 저렴한 집세를 내고 살 수 있도록 주택 정책이 안정됐다면 어땠을까. 의료보험이나 기초생활수급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난한 사람들이 유럽처럼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가난한 이들의 약값이나 진료비를 사회공동 책임으로 차등 지불을 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가족에게조차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져 누구나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면 세 모녀는 지금 살아있지 않을까. 사회 빈민층에게 최소한의 범위에서는 난방이나 전기요금·수도요금을 할인하는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가난이나 질병, 장애나 나이 많음이 부끄러워 목숨을 끊는 사회가 정상 사회인가. 정부의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 없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지금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 부양의무제, 장애인등급제라는 수많은 핑계를 대며 사회적 의무를 방기하는 일이 일어나는 한, 우리는 계속 목숨 끊는 이웃을 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면피용 정책, 무늬만 복지로 소외된 사람들이 여전히 긴급구호 신호를 보내는 일조차 시도해보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선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살고 싶다’는 저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주필·이사 nam48@kjdaily.com